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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크리에이터' 시대, 민과 관의 엇박자를 넘어

  • 웹출고시간2025.12.03 14:18:23
  • 최종수정2025.12.03 14:18:23

문인규

플러그미디어웍스 대표

바야흐로 '소통'이 곧 '행정'인 시대다. 이제 지자체나 관공서에서 유튜브 채널 하나쯤 운영하지 않는 곳을 찾기 힘들다. 이러한 흐름 속에 충북 도내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들도 앞다퉈 디자인 및 영상 제작 전문직 공무원(임기제 혹은 전문경력관)을 채용하고 있다. 과거 행정직 공무원이 "그냥 예쁘게 해주세요"라며 뭉뚱그려 발주하던 시절에 비하면,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내부에 수혈된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마냥 희망차지 않다. 전문직 공무원 채용 전과 후, 관공서와 민간 콘텐츠 제작사 사이의 기류가 묘하게 뒤틀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직 채용 이전의 풍경은 디자인과 영상 문법을 모르는 행정 담당자와, 그들의 추상적인 요구를 구체화해야 하는 민간 제작사 사이에는 거대한 벽이 있었다. 비전문적인 수정 지시는 결과물의 질을 떨어뜨렸고, 제작사는 수십 번의 무의미한 수정 요구에 피로감을 호소했다. 예산은 예산대로 쓰고, 퀄리티는 보장받지 못하는 악순환이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해결되었는가? 유감스럽게도 '새로운 형태의 갈등'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전문직 공무원의 역할이 '감독(Director)'이 아닌 '작업자(Operator)'로 격하되는 현실이다. 민간 제작사와의 협업에서 기획을 주도하고 품질을 관리해야 할 이들이, 당장 급한 디자인이나 행사용 식전 영상 편집 같은 잡무에 매몰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작 중요한 외주 용역 사업에서는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기보다, 자신이 직접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민간 업체에 투사하며 과도한 기술적 간섭을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민간 제작사 입장에서는 시어머니가 하나 더 늘어난 꼴이다. 이제는 내부 전문가의 깐깐한(때로는 개인 취향에 가까운) 기준까지 통과해야 한다. 윗선에서는 여전히 전문가의 안목보다 기관장의 취향을 우선시하고, 외부 업체에는 "우리 담당자가 전문가니 알아서 조율하라"며 책임을 떠넘기기 일쑤다. 결국 전문직 공무원 채용이 '업무 효율'과 '고퀄리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보다, 민간 시장을 위축시키거나 내부 인력의 소진만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해결책은 '역할의 재정립'에 있다. 관공서의 전문직 공무원은 직접적인 기능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행정의 언어를 디자인의 언어로 번역하여 민간 제작사에 전달하고, 민간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행정 내부에서 설득해내는 'PM(프로젝트 매니저)'이자 '커뮤니케이터'가 되어야 한다. 경쟁자나 감시자가 아닌, 말이 통하는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 내부 전문가가 있음으로써 불필요한 행정적 소모가 줄어들고, 기획의 방향성이 명확해지는 이점을 활용해야 한다. 충북의 콘텐츠 산업 생태계는 아직 성장 중이다. 관(官)이 모든 것을 직접 만들려 해서는 안 된다. 관은 멍석을 깔고 방향을 제시하며, 민(民)은 그 위에서 뛰어노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전문직 공무원 채용이 단순히 '일손 덜기'를 넘어, 지역 콘텐츠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엇박자를 멈추고, 서로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진짜 '협업'을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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