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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12.02 14:45:05
  • 최종수정2025.12.02 14:45:05

최한식

수필가

-방송국 근처에서 60대로 보이는 여인 분을 뵙습니다. 안녕하세요? 몇 마디 여쭤도 괜찮으실까요?

예, 저는 괜찮습니다만, 도움 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까요?

-모든 말씀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먼저 본인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평범하게 오랜 세월을 살아온 나이든 할머니라고 해두지요.

-60 조금 넘으신듯한데 나이가 드셨다니 혹시 그 이상이신가요?

1944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여든 둘입니다. 60대라니, 평소에도 누구에게나 아부를 하시나요.

-아이고, 실례했습니다. 일제압박, 한국전쟁, 5-16, 군사독재를 거쳐 IMF, 대통령탄핵까지 민족의 근대사를 직접 겪으셨군요.

그렇게 거창한 건 잘 모르고 개인적으로 쉽지 않은 삶을 살아왔습니다.

-결혼생활을 오래 하셨겠네요, 자녀분은 어떻게 되시나요?

결혼생활은 50년이 넘었고요, 4남매에 손주들이 열입니다.

-다복하시네요. 사시는 동안 세상이 많이 변했지요?

컴퓨터에 핸드폰, 게다가 어디가나 기계에다 카드로 하라니 무척 힘들어요. 점점 한쪽 구석으로 밀려나는 느낌입니다.

-어린 시절 특별히 생각나는 일이 있으신지요?

그 시절에 내가 공부하겠다고 하니 많은 이들이 오히려 걱정을 했어요. 내가 생떼를 쓰다시피 해 동네에서 처음으로 고등학교에 갔어요.

-그 시절에, 여자가 고등학교에 다니는 게 쉽지 않았겠네요. 그것도 촌에서 청주로 유학한 셈이었잖아요.

그렇게 악착같이 공부해서 선생님이 되었어요. 공부 아니면 이룰 수 없는 꿈같은 일이었지요.

-당시로서는 신여성에 엘리트셨네요.

그런 셈이지요. 지금 생각하면 내겐 과분했던 다 지나간 일이지요.

-당시 여선생님은 결혼상대로 최고였던 때지요. 남편분도 대단한 분이셨을 걸로 짐작이 돼요.

착실한 교육자셨어요. 평생 후세 교육에 힘쓰다 퇴임 했지요. 말다툼도 별로 하지 않은 신사요 양반이라 할 만한 분이지요.

-평생 별 어려움 없이 살아오셨을 것 같습니다.

젊어 30대에 당이 높다는 판정을 받아 그 후로 쉽게 높아지는 당과 함께 긴 세월을 살고 있어요. 그게 말이 쉽지 여간 신경을 써야 하는 게 아닙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혈당을 재고 높아지면 먹는 걸 조절하고 운동하고 참 지난한 일이지요. 긴 세월 버텨온 걸 생각하면 내가 참 독해요. 지인들이 다 말려도 지금도 일부러 밭일을 하고 살아요.

-무리하시면 안 되지요, 이제 편히 사셔도 되시잖아요.

그렇기는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지요. 식물을 키우고 햇빛 속에 흙을 만지고 자연을 대하다 보면 마음이 순해지고 세상 이치가 조금씩 깨달아져요.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어울려 사는 거더라고요.

-그런 깨달음은 책으로 남기셔도 좋겠어요.

부끄럽지만 글을 쓰기도 해요. 책을 한권 낸 적도 있고 조만간 두 번째 책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기도 해요.

-훌륭한 저자분이시네요. 시?수필? 어떤 종류의 글을 주로 쓰시나요? 저는 글 쓰시는 분들이라면 무조건 존경하는 마음이 들어요.

수필을 쓰고 있습니다. 제게는 가장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세 드신 세대로서 요즘 세상에 대해 해주실 말씀은 무엇일까요?

제가 할 말인지 모르겠는데 정치를 하는 분들이 여든, 야든 국민을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참 답답한 일이 많거든요. 전부 자기들 좋은 대로 자기 이익만 취하려는 것 같아요.

-제가 들어드리기는 어려운 일이네요. 그분들이 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시대에 고통을 겪으며 힘겹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는 해주실 말씀은 없으실까요?

참고 자신의 일을 성실하게 하다보면 반드시 살만한 좋은 때는 옵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원칙을 지키며 바른 길을 가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고맙습니다. 올 겨울 웅크리고만 있지 말고 건강하게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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