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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12.01 13:57:34
  • 최종수정2025.12.03 13:40:49

김나비

시인·중앙대문예창작학과 박사

빨간 불에 멈춰 허공을 본다. 붉게 물든 메타세쿼이아가 하늘 향해 뾰족한 화살촉을 겨누고 있다. 화살 끝을 올려다본다. 어디에도 과녁은 없다. 과녁이 없다는 것은 모든 곳이 다 과녁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나는 무엇을 겨누며 한 해를 살아냈던가. 분주하게 살았는데, 과연 하나의 화살이라도 내가 목표한 과녁에 닿았는가.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 허공을 겨눈 나무를 보고 있는데, 뒤에서 빵빵거린다. 시선을 거둬 운전대 쥔 손에 힘을 준다. 사거리를 지나 우회전하려는 순간, 맞은편 도로에 까맣게 몰려 있는 새때가 시선을 베어간다. 가까이 다가가자 로드킬 된 동물을 뜯어먹는 장면이 선명해진다. 무슨 동물인지는 분간이 되지 않는데, 붉은 살점이 새들 사이에서 보인다. 뜯어 먹는 데 열중한 나머지 옆 차선에 차가 지나가도 꿈쩍도 않는다. 그들이 조준한 것은 붉은 살점이다. 아침부터 목표에 가 닿은 새들은 도로 위에 잔치를 벌였다. 누군가의 죽음은 누군가의 삶을 지속하는 에너지가 된다.

어디를 조준한 걸까

허공에 머리 세운 큐피트의 화살들

하늘 향해 선 그리움들이

무수한 행렬로 서 있는데,

한 번도 과녁을 꿰뚫지 못한 심장은

땅에 발을 묻고

과녁 없는 허공만 층층으로 조준하고 있다

잠깐, 발을 빼면

우주 저 너머로 쏟아질까

발목 잡고 있는 흙의 단단한 손을 털면

가을을 놓고 훌훌 날아갈 수 있을까

아득한 저 시공 너머

어딘가에 있을 과녁을 향해

뾰족하게 허공의 중심을 재고 있다

계절에 물든 화살촉을

바람에 닦고

햇빛에 갈며,

ㅡ김나비 「가을, 메타세쿼이아 길에 서다」·전문, (『웹진 문예마루』, 2025. 12월호.)

출근 후에도 도로 위의 만찬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과녁을 맞추지 못하고 주춤거리던 나와는 달리, 새들은 자신이 무엇을 향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목표를 향해 집중하는 모습이 부럽다. 어쩌면 나는 너무 많은 가능성 속에서 오히려 하나를 선택하지 못한 채 계속 주변을 맴돌기만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과녁을 잃어버리면 삶은 쉽게 방향을 잃는다. 화살은 힘 있게 날아올라도,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른다면 결국 허공에 흩어지는 법이니까.

오늘, 내 안의 과녁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누군가의 기대도, 세상의 기준도 아닌, 정말 내가 후회 없이 붙들고 싶었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마음 한가운데 오래 묵혀둔 조그만 불씨를 다시 꺼내 본다. 이제 나의 눈길이 향한 곳에 살을 당기리라. 다소 흔들리더라도, 빗나가더라도, 최소한 내가 가고자 한 방향을 향해 흔들림 없이 걸어야 한다. 내 흔적이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은 밝히는 삶을 살고 싶다. 한쪽 눈을 감고 조용히 시위를 다시 당겨 본다. 내 삶이 향해야 할 점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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