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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11.30 15:27:14
  • 최종수정2025.11.30 15:27:13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일이다. 필자는 단국대 학술조사단을 이끌던 고(故) 정영호박사를 따라 진천지역을 여러 번 답사했다. 마침 선생에게 학회 논문 지도를 받고 있었던 시기였고 진천지역의 김유신 장군 유적에 대한 기획물을 쓰고 있어 커다란 도움이었다.

정박사가 진천에 오지 않을 때는 필자 혼자 김장군의 생가지 연보정, 태령산, 도당산성을 답사했다. 그런데 진천에는 당시 고마운 두 분이 계셨다.

상계리에는 김장군의 후손이라고 하는 허만득씨가 있었고 진천읍내에는 인수당한약방을 하는 김병천회장이 있었다. 진천 답사 때는 두 분이 쌍수로 환영해주었다. 허씨는 높은 산도 기꺼이 안내해 주었고 김병천원장은 여러 자료를 제공해 주었다. 지금 진천을 사랑하셨던 정박사와 진천의 허만득씨는 고인이 되셨다.

어느 날은 단국대 학술조사단 일행과 여관에 묵으면서 밤늦게 까지 덕산 약주를 마셨다. 아침 6시에 기상하자마자 또 덕산약주로 해장을 했다. 애주가이신 정박사와 여러 교수들도 함께 마셨으니 체력들이 대단했다.

그리고 올라간 것이 진천 이월면 사곡리 장수굴이었다. 험준한 암벽에 석굴사원을 만들고 그 오른쪽 암벽에 미륵입상을 조각했다. 정영호박사는 탄성을 지르며 미륵입상이 삼국시대 것이라고 거듭 설명해 주었다.

얼굴은 흡사 소년의 얼굴과 같았고 의문과 조각은 릴리프가 강해 삼국시대 통식을 따랐다고 했다. 김유신 장군이 화랑시기 수련하면서 보검을 얻었다는 삼국사기 열전 김유신 전에 나오는 '중악석굴'로도 비정했다.

진천 김장군 유적은 당시 청주대 고(故) 김준철학장이 특별한 관심을 가졌다. 김학장은 김해김씨 종친회장이었는데 진천 김유신장군 유적의 성역화에 큰 노력과 애정을 쏟았다. 김장군이 진천 출신이면서 여러 유적이 햇빛을 찾고 충북이 신라 삼국통일의 전초가 됐다는 학설에 성원을 보냈다.

당시 단과대학이었던 청주대학은 필자의 건의로 종합대학 승격에 대비한 박물관 설립을 준비하게 되고 정종택 당시 충북지사의 배려로 충주 미륵리 사지를 첫 발굴하게 된다. 지금의 청주대 박물관은 국내 대학박물관 가운데 몇째 안 가는 퀄리티를 지니게 됐다.

지난 11월 중순 필자는 한국역사유적연구원 답사반과 김장군의 후손인 충북도의회 김현문의원의 안내로 장수굴을 답사하게 됐다. 충북도문화재로 지정 된 안내판에는 이 불상을 통일신라시기 유물로 설명해 놓았다.

삼국시대 불상의 의문은 가슴 아래서는 U자로 깊은 곡선을 이루며 인도 간다라 불상에서 시작돼 중국 고대 북위 시대부터 북제, 수당(隋唐)을 거쳐 고 신라, 통일신라, 고려시대까지 이어지는 문양이다. 삼국시대 불상의 법의와 천의는 아래로 내려올수록 옆으로 넓게 퍼지는 것이 통례다. 이는 북위나 동위의 불상에서도 유형을 찾을 수 있다.

장수굴 미륵입상의 법의 문양은 아래에서 옆으로 퍼지며 장관을 이룬다. 통일신라에서 유행한 불상의 문양과는 다르다. 이 불상의 다리 부분은 토사에 묻혀있어 국보 태안 마애삼존불처럼 발굴하면 또 다른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 된다.

진천군이 김유신장군 유적의 성역화를 위한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한다고 한다. 아울러 장수굴이 신라 화랑유적으로 평가받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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