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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두

시인·괴산문인협회장

어린 시절 나의 소원은 내 공부방을 갖는 것이었다. 아버지가 도시에서 사업실패를 하고 내려간 시골에는 단칸방뿐이었다. 우리는 아버지와 어머니, 위로 누나 둘, 아래로 남동생 하나 이렇게 6명이 복작대며 살았다. 그러니 내 방은 꿈도 꾸지 못했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내 방이 없는 것이 큰 아쉬움인지 몰랐지만, 중학교에 들어가 머리가 좀 굵어지고 공부할 시간이 많아선지 나만의 방이 절실했다. 다른 또래가 자기 방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계속 집안 형편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밥숟가락을 줄인다고 큰누나는 일찍 시집을 갔고 작은누나는 쥐꼬리만 한 월급을 주는 서울에 구슬 백 가내공장에 취업했다. 나는 여전히 해수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남긴 단칸방에 어머니와 함께 썰렁하니 겨울나무처럼 지냈다. 그때 내 유일한 취미는 동네 이장집에 매일 우편으로 오는 「서울신문」을 보는 일이었다.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이장집으로 달려가 신문을 읽었다. 신문에는 시골 중학생이 접할 수 없는 넓은 세상이 있었다. 세상의 온갖 소식을 읽는 재미에 배고픔도 잊었고 변변한 친구 하나 없는 시골의 적막함도 몰랐다.

'내 방의 소원'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 건 다락방이었다. 어머니가 먹고살기 힘든 시골살이를 청산하고 서울로 와서 변두리 산꼭대기쯤에 얻은 가게에는 역시 단칸방이었지만 다락이 있었다. 어머니는 나를 위해 다락을 개조하여 다락방을 내 방으로 만들어 주셨다. "드디어 내 방이 생기는구나." 나는 어린애처럼 설레였다. 가끔 햇빛이 들어오는 좁은 창을 바라보며 앉은뱅이책상에 앉아 두어 개 책꽂이에서 책을 꺼내 읽는 나는 부러울 게 없었다. 어둠침침한 다락방이지만 나만의 공간이 생기자, 독서에 대한 갈증이 일어났다. 이때부터 많은 책을 읽기 시작했다. 통속 잡지, 대중소설, 한국문학전집, 세계문학전집 등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만한 열정은 그 이후에는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지난한 과정을 거쳐 대학을 마치고 은행에 취업하여 15년을 근무한 나는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건강이 망가졌다.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 우여곡절 끝에 자리 잡은 곳이 다시 시골이었다. 시골에서 오두막 같은 집을 짓고 자연과 가까이 살게 되었다. 물론 단칸방은 아니고 내 방이 있다. 하지만 살다 보니 또 다른 내 공간이 필요했다. 쌓이는 책과 느는 옷가지 등을 보관하고 좀 더 여유 있게 읽고 쓰며 생각할 공간 말이다. 별채를 지을 형편은 못 되어서 집 옆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그 일부에다 '내 방'을 만들었다. 안에 루바를 대고 천정은 차단 필름으로 덮어 어느 정도 열 차단이 되었다. 여름철엔 사용하기 어렵지만 봄, 가을은 괜찮고 겨울엔 난로를 피우면 그런대로 지낼 것이다. 아내와 나는 내 방을 '까페'라 부른다.

내 까페는 바로 뒤에 산이 있고 앞은 탁 트인 동네 전경이 들어온다. 까페 밖에 공간이 조금 있어 바닥을 보도블럭으로 깔고 동네 쪽을 갈대발로 둘러치고 보니 정말 노천 까페 분위기가 난다. 저녁 해질 무렵이면 가끔 아내와 나는 삽겹살을 굽기도 한다. 이때는 둘만의 공간이 된다.

사람은 포근한 이불속이나 어머니 품 같은 곳을 좋아한다. 이것은 인간이 아득한 옛날 동굴의 삶으로부터 전해 온 기본적인 본능이라 할 것이다. 남한테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공간', '나만의 동굴'을 갖고 거기서 안식과 평화를 찾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 것 같다.

행복을 찾아 멀리 나는 파랑새를 쫓기보다는 가까운 곳, 가능한 곳에서 가을바람 따라 찾아드는 곤줄박이의 팔랑이는 날갯짓을 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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