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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11.20 14:47:13
  • 최종수정2025.11.20 14:47:13

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 현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수련기획실장

제1화) 22년 6월 24일 9시경의 일이다. 회의로 수련원을 가는데 평소보다 일찍 도착하여 회의 시작에 무려 1시간이나 남으니 20여분 거리의 도산재를 다녀와도 얼추 되겠다. 주차장을 지나는데 알락할미새(나중에 이름을 알았음)가 마당에서 날지도 못하고 뜨거운 햇볕에 할딱거리는데 보기 애처롭다.

조심스레 다가가 무릎을 꿇고 어디 아픈가 물으며 기심(機心) 없이 시원한 나무 그늘로 데려다 주마고 손을 디밀자 놀랍게도 내 오른손 바닥으로 오른다. 야생조가 인간 손에 올랐다. 불면 날아갈세라 쥐면 꺼질세라 고이고이 작은 새를 가까운 회우정(會友亭) 옆 나무 그늘에 데려 갔는데 도시 손에서 내릴 힘도 없나보다. 15분여 지나서야 힘이 생겼는지 꼬리를 곧추 세우더니 이윽고 정자 아래 풀밭으로 날아 내렸다가 잠시 후 포로롱 나무 위로 날아 오른다. 참 다행이다. 잘 살아라!

바로 그때 큰 나무 위에서 똑같되 더 큰 새가 날아와서는 내 앞의 길을 인도하듯 이따금 뒤를 바라보면서 발 앞에서 쪼로로 달린다. 이것이 혹 박 씨를· 하는 사심(邪心)으로 뒤 따라가는데 훠이 날아가니 망상도 함께 날아갔다. 혼자 힘으로 어찌 할 바를 모르던 어미 새로 그간의 상황을 나무 위에서 다 지켜보고 있었나보다.
제2화) 25년 11월 6일 11시경의 일이다. 수련원에서 퇴계 종택으로 걸어가다가 불현 듯 약간 떨어진 일라이트 맨발걷기 길이 궁금했다. 얼마쯤 갔을까 인근 산자락 저수통에서 퍼드덕 소리가 들린다. 멀리서 보기엔 잉어 꼬리 같기에 저수통에 웬 잉어람 하며 가까이 가서 보니 커다란 새매 한 마리가 물통에 빠져선 나오려고 허우적거리느라 날갯짓이 요란한 거다. 저러다가 기진맥진하거나 저체온 증으로 죽겠다. 날카로운 부리랑 발톱 때문에 건질 도구가 필요한데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주변에 나뭇가지 하나 없다. 급히 주위를 살피자 조금 떨어진 거경정(居敬亭) 난간에 기대 있는 봉걸레가 있다. 걸레의 면포 부분을 조심스레 발아래 넣어 매가 통 밖으로 올라가도록 밀어주었더니 매는 가볍사리 통 가장자리에 올라서서는 홈빡 젖은 몸으로 오들오들 떨고 있다. 면포로 물기를 닦아 주렸더니 놀라 목을 곧추 세우고 날개를 펼치자 날개와 몸에서 물방울이 우수수 떨어진다. 이렇게 두어 번 하고는 통 넘어 풀밭으로 가볍게 뛰어 내린다. 잠시 후 땅을 박차고 우아하고 힘차게 높은 나무 위 하늘로 눈 깜빡할 새에 날아올라 사라지는데 보기만도 신통방통하다. 부디 잘 살아라!

할미새 때에는 왼손으로 주머니 속 휴대폰을 꺼내느라 한 장 간신히 찍었는데 그 경험 덕에 이번에는 여러 장을 찍었다. 새 전문가에게 사진을 보이자 새매가 아니라 중형 맹금류인 말똥가리라고 한다. '멸종위기의 야생생물 2급'이니 무척 귀하신 몸인데 물을 마시려다 빠졌는지는 모르나 인적 드문 물통에서 마침 우연히 지나치던 사람 덕에 목숨을 구했다.

참 신기하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우연히 야생의 새를 구했네.

할미새는 애기 새라 그렇다 쳐도 이번 말똥가리는 제법 성체이던데 극강의 야생조가 인간 덕분에 목숨을 부지했다. 나는 또 어떤가. 한 시간 말미에 굳이 도산재를 걷고자 햇볕 뜨거운 주차장에 나간 것도 이상하고, 짧은 직선 길 대신에 하필 돌아가는 맨발 걷기 장에서 퍼드덕거리는 소리를 들은 것도 신기하다. 이젠 청력도 약해졌고 특히 아내의 잔소리에는 거의 절벽인 내 귀가 어떻게 산그늘 새 날갯짓 소리는 들었는가·

말똥가리를 구한 뒤에 실천 다짐실에서 심호흡을 하며 가슴을 진정시켰어도 그날 밤에는 평소와 달리 쉽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이 무슨 의미인가? 내게 생명을 구하는 인연이 있는가? 어이하여 이런 신기한 일이 내게 두 번씩이나 생기는 겐가?

거 참 오래 살다 보니 별일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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