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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숙

(전)청주시평생학습관장

갑자기 쌀쌀한 기운이 몸을 움츠리게 한다. 마음이 복잡한 데다 날씨까지 차가우니, 한결 마음이 무겁다. 가을 구경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자 가까운 사찰로 향했다. 산길 아래로 내려앉은 안개 사이로 감국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바람결에 흔들리며 향기를 뿜어내는 국화 향이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순간, 문득 나 자신의 향을 맡아본다.

내 말투가 딱딱하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마음이 늘 불안하고 편하지 않으니, 어느새 말투까지 머리가 시키는 대로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들을 하나씩 가지치기하려 한다. 마음이 평안해야 머리도 마음의 뜻에 따를 수 있지 않을까.

며칠 전, "말투를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는 책을 설명하는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말투를 바꾼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세상에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지 않은가. 노력하면 되는 일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책을 손에 들었다. 책장을 넘기며 읽다 보니 구구절절 옳은 말뿐이었다.

경청! 얼마나 많이 들어온 말인가. 말을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상대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일임을 익히 알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늘 내 말에만 마음이 급했다.

작가는 말했다. 단정 짓지 말고 상대의 의중을 묻는 말투를 써 보라고. "그건 어때요?", "이러이러한 건가요?"

이렇게 상대의 생각을 물어보는 화법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내가 먼저 듣는 사람이 되어야, 상대도 내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법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말끝이 올라간, 경직된 말투였다. 그런데 말끝을 부드럽게 내리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책을 통해 새삼 배웠다.

그리고 저자가 말한 '그런데' 와 '그리고'의 차이는 참 인상 깊었다. 예컨대, 머리를 자른 친구에게 "짧은 머리도 잘 어울리네. 그런데 긴 머리가 더 예쁜 것 같아."라고 말하면, 그 말은 무심히 들리지만 마음에 작은 상처를 남긴다. 반면에 "짧은 머리도 역시 잘 어울린다! 그리고 긴 머리도 좋았어."라고 말하면, 그 사람은 어떤 머리든 잘 어울리는 사람으로 인정받았다고 느낄 것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더니, 정말 말 한마디가 마음의 온도를 바꾼다. 결국 말투란, 상대를 존중하는 습관이자 나 자신을 존중하는 태도다. 내가 던지는 말이 부드럽다면, 상대의 마음도 자연스럽게 열리지 않을까. 듣기 편한 화법은 결국 나를 돌아보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 사람의 마음이 흘러나온 것이다."라는 문장이 나를 붙잡는다.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더 신중히, 더 따뜻하게 말을 골라야 한다.

사찰을 나서는 길, 바람이 불어 국화 한 송이가 발끝에 닿았다. 그 향이 한동안 떠나지 않았다. 향수를 뿌리지 않아도, 내가 뱉는 말이 천연의 향기로 퍼져나가는 그런 날. 말투를 조금 바꿨을 뿐인데, 내 안의 고유한 향기가 은은히 번지는 그날을, 오늘도 조용히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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