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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11.19 17:16:44
  • 최종수정2025.11.19 17: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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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성 작가의 작품.

ⓒ 이동우
농·수산물에는 자연산과 양식이 있다. 자연산은 양식에 비해 희소가치가 있어 비싸지만, 맛과 몸에 좋다는 인식 때문인지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필자가 교직에 있을 때, 어느 모 교장 선생님이 평교사에서 관리자(교장)가 되는 것을 '자연산', 공채를 통해 전문직(장학사, 연구사)이 됐다가 관리자가 되는 것을 '양식'이라 말하며, 본인은 '자연산 교장'이라고 표현해 웃음을 자아내곤 했다. 교직뿐만 아니라 미술가도 자연산과 양식이 있다. 정규 미술대학에서 공부해 작가가 된 경우를 '양식', 도제식 교육이나 독학을 통해 작가가 된 것을 '자연산'이라고 한다. 대부분이 제도권 교육을 밟아 작가가 되지만, 성공한 자연산 작가들도 꽤 있다. 그 대표적 작가로 박수근, 전혁림, 박대성이 떠 오른다. 박대성(1945~ )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독학으로 수묵화를 공부해, 얼마 전 'EBS 이웃집 백만장자'에 나올 정도로 성공한 작가이다. "박 화백께서는 제도권에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는데, 받은 사람들과의 차이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어느 기자의 질문에 "인삼이라는 것은 자연에서 얻은 씨앗을 개량해서 키우는 것인데, 아무리 공을 들여도 6년 이상 키울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깊은 산중에 우연히 싹을 틔운 산삼은 백 년도 넘게 자라지요. 남에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스스로 자기 세계를 형성해야지요."라는 답변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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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혁림 작가의 작품.

ⓒ 연합뉴스
전혁림(1915~2010)은 어릴 때부터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꿨으나 일제강점기에 통영에서 서양화를 배울 곳은 없었다. 화가 전혁림을 키운 것은 8할이 '통영의 바람'이라고 말할 정도로 철저한 독학으로 작품세계를 만들어 갔다. 그는 "원래 예술가에겐 선생이 필요 없어. 자기 혼자 배우는 거라고. 나는 특별히 스승이 없이 나 혼자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어. 스승이 있다면 책하고 자연이지"라고 말했다. 박수근(1914~1965)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7세 때 아버지가 광산업에 손댔다가 실패하면서 가세가 급속히 기울었다. 보통학교에 들어가서는 미술에 소질을 보였으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상급학교로 진학도 못하는 처지라 화가의 꿈을 접으려고도 했다.

그러나 미술에 대한 열정과 포부로 그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스승도 없이 혼자 그림 공부하며 화가의 길을 묵묵히 걸어갔는데, 노력이 통한 모양인지, 18살 때 선전에서 봄의 농가를 그린 수채화를 출품해 입선한다. 그 당시 '선전'에서의 입선은 화가로 인정받는 유일한 방법이었기에 매우 기뻐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이력서를 보면 '미술 독학'이라고 당당하게 쓰고 있다. 필자는 자연산과 양식 중간 정도의 환경에서 작가가 됐다. 사범대학 미술교육과와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는데, 엄밀하게 말해 작가가 되는 공부를 한 것이 아니라 '중등미술교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한 것이다. Y 미술평론가는 그의 저서 '미술 본색'에서 미술교육과는 미술 교사를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니 전공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파행적인 교육과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지만, 필자는 2학년부터 동양화, 서양화, 조소 중 적성에 맞는 동양화를 선택하여 깊게 공부할 수 있었다. 이것은 1974년 필자가 나온 학교에 미술교육과를 설립할 때 '전공 선택 교육과정'을 채택한 K교수님 덕분이었다. 그 교수님이 중학교 미술 교사를 하시면서 입(?)으로만 미술을 가르치는 것보다, 직접 작업도 하면서 지도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느끼셨던 것 같다.

박수근 작가의 작품.

ⓒ 이동우
그리고 꿈 많은 제자들이 평범하게 교사로 살기보다는, 자기 작품세계를 펼쳐나가길 원하셔, 그 길을 마련해 주신 것 같다. 서울에서 개최하는 전국단위 그룹 전시회에 참가하다 보면, 미술교육과 출신에, 미술 교사를 하면서 출품하는 작가는 가뭄에 콩 나듯이 찾아보기가 힘들다. 유학파와 미술학 박사가 흔한 시대에 다른 작가들의 화려한 학벌을 보고 처음에는 주눅 들기도 했지만, 이제는 미술교육과 나온 것이 자랑스럽고 작품제작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일반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다녔으면, 동양화와 관련된 과목 위주로만 배웠겠지만 미술교육과를 다닌 덕분에 동양화, 서양화, 조소, 디자인, 서예, 도예, 염색, 판화까지 섭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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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우 작가의 작품.

ⓒ 이동우
탈 장르가 대세인 현대미술에서 미술의 전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노하우를 체득한 덕분에, 그것을 활용해 작품을 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미술 교사로 있었던 33년과, 앞으로도 빵 걱정 없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맘껏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림 작품활동을 30년 이상 해보니 학벌과 작품의 질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미술대학을 나왔어도 대부분 여러 이유로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미술과 나와서 작품활동하는 것이 비정상이고, 작품활동 안 하는 것이 정상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이다. 위에 언급한 세 작가 외에도 많은 작가들이 미술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실력만으로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로 기억되고 있다. 성공한 작가가 되려면 가방끈보다는 강한의지와 자기연마가 중요한 것이다. 작가는 작품으로만 말할 뿐이다.

이동우

미술관장·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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