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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영

세명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주말 아침, 아파트 단지를 지나던 길에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는 주민들과 마주쳤다. 그들은 입주민들에게 따뜻한 어묵 국물을 건네며 봉사 활동에 대한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전단지에는 정기적으로 공원 청소를 하고 화단을 가꾸며 인근의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을 위해 반찬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오래전 내가 했던 봉사활동의 기억이 떠올랐다.

대학 시절, 시설에서 지내던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친 적이 있었다. 각자의 사정으로 부모와 함께 살 수 없었던 아이들이었다. 시험 기간이면 아이들과 늦은 밤까지 문제집을 붙들고 씨름하기도 했고, 방학이면 바닷가로 캠프를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때로는 함께 저녁 식사를 준비하며 사춘기 아이의 연애 고민을 들어주기도 했고, 늘 삐딱하게 굴던 아이와 다투고 마음이 상해 봉사를 중단할지를 고민한 적도 있었다. 학업과 취업 준비로 나름 바쁜 시기였지만, 거의 2년 동안 매주 빠지지 않고 아이들을 만났었다. 그 시간을 돌아보며 정작 더 많은 것을 받은 쪽은 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올 때면 피곤함 속에서도 뭔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밝은 표정으로 반겨주던 모습과 헤어질 때 아쉬워하던 아이들의 표정이 여전히 생생하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지나버린 지금 그 아이들의 기억 속에 내가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지 문득 궁금해지기도 했다.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활동이었지만, 생각해보면 오히려 나 자신이 더 큰 에너지와 감동을 얻었던 것 같다.

개인심리학을 창시한 아들러(A. Adler)는 개인이 사회와 동떨어진 존재로 살아갈 수 없다고 보았다. 인간은 다른 사람과 유대감을 맺으려는 소속의 욕구뿐 아니라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사회 속에서 실현하려는 욕구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공동체 의식을 지닌 존재로, 자신이 공동체의 일부이며 동시에 어떤 방식으로든 공동체에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경험하는 것은 심리적 건강과 행복의 기본 조건이 된다고 보았다. 아들러에 따르면, 성공적인 삶과 건강한 성격의 핵심 기준은 바로 '사회적 관심'이다. 인간의 성장은 타인과의 단절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이 확장되는 과정속에서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서 사회적 관심은 대단한 개념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기울이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봉사 활동은 바로 이러한 사회적 관심을 일상 속에서 실행할 수 있는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함께 공원을 청소하고, 반찬을 배달하며 만나는 어르신의 웃음 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에게 따뜻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자원봉사는 타인을 위한 일이면서 동시에 나 자신을 보다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경험인 것 같다.

주말 아침의 봉사 전단지는 나에게 이러한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자원봉사는 거창한 결심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누군가와 연결되는 방식이다. 사회적 관심을 실천하는 작은 발걸음이며, 삶의 의미를 확장해주는 작은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전단지를 다시 꺼내보며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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