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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애

수필가

가끔 외국에 사는 벗이 오랜만에 찾아오거나 타지방 친구들이 방문하면 제일 먼저 어느 곳을 소개할까 고민이 된다. 물론 외곽지로 나가면 멋진 카페도 있고 맛있는 음식점도 많지만 무언가 청주만이 갖고 있는 매력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랜 기억을 담고 있는 청주다움을 지닌 곳, 삶이 배어 있는 곳, 고유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에 함께 가고 싶다.

토박이인 나는 오래 이 도시와 함께 성장했다. 물론 떠나있던 시간도 있었지만 삶의 팔할을 이곳과 나누었다고 할 수 있다. 이지현 시인은 시 <성지순례 이야기>에서 '우리 사는 곳이 성지이고 살아낸다는 것이 순례가 아니던가'라며 사람들이 성지순례를 떠날 때 시인은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곳을 찾아뵙는 것이 나의 성지순례였다고 고백한다. 그 시를 읽으며 가슴이 뭉글뭉글하며 콧잔등이 시큰했다. 우리 삶의 흔적이 머무는 곳 그곳을 성지로 불러낸 시인의 마음이 기록되지 않은 평범한 삶을 귀하게 존엄하게 기억하게 만들며 다시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내게 그 흔적이 남아있는 곳은 그나마 무심천과 중앙공원 그리고 우암산뿐이다. 부모와 함께 걷고 함께 놀던 공간이었기에 소중한 장면으로 남아있으리라. 중앙공원 은행나무 앞에 나이 순서대로 세워놓고 사진을 찍어주셨던 아버지의 얼굴도 주말이면 앞서거니 뒤서거니 우암산으로 오르는 길, 식빵을 둘러매고 까불대던 어린 남동생의 몸짓도 그 장소에 가면 끝없는 이야기로 살아나곤 한다.

하지만 그곳들도 우리들과 함께 나이 먹으며 변화하는 삶을 따라 점점 예전의 모습은 사라져가고 있다. 편리한 접근성을 위해 혹은 새로운 도시 정책으로 인해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 어린 날 내가 살던 동네는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나무 한그루도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 학교가 유일하게 남아있지만 오래된 건물은 새 건물로 바뀌었고 무성했던 나무들은 다른 공간에 자리를 내어주며 뽑히고 없다. 장소를 잃어버린 기억은 천천히 흐릿해지고 왜곡되고 더러 잊히며 나만의 서사를 만들던 이야기도 사라져가는 것 같다. 그렇게 잃어버린 이야기들은 그 도시의 서사로 이어지지 못하고 고유한 결을 잃어간다.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뒤 각 도시들은 그 도시만의 로컬리티를 찾아 지역의 정체성을 만드느라 끝없이 노력한다. 그러나 서사를 잃어버린 공간들은 그 지역의 독특한 매력을 살리지는 못한다. 그저 향토적 전통을 내세우기에 바쁘다 보니 지차제마다 비슷한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APEC을 개최한 경주는 축복받은 도시라 할 수 있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릴 만큼 많은 역사적 유산을 보유한 덕분에 신라의 역사와 K컬처를 결합하여 경주의 매력을 한껏 보여줄 수 있었다.

도시의 로컬리티를 찾아 없는 서사도 만들어내려 애쓰는 요즘 종묘를 둘러싼 소음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서울의 로컬리티가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지금 남아있는 문화유산들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 더구나 종묘는 수백 년 동안 제례 의식이 거행되어 오고 있는 세계문화유산이다.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시각적으로 장엄한 가치를 지닌 곳을 재정비라는 얄팍한 계산으로 훼손해서는 안된다. 그건 우리 고유의 이야기를, 서울다움을, 우리의 성지를 잃는 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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