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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현

건축사

보은을 갈 때 구불구불한 '피반령' 길은 리듬이 있고 운치도 있어서 즐겨 찾았다. 그러나 오토바이 성지로 전국에 소문이 나면서 주말에는 오토바이 굉음과 곡예 운전으로 그 길이 부담스러워 되도록 피했다. 얼마 전에 피반령 길에 중앙분리대가 세워졌고 시속 30km 속도 제한과 함께 감시 카메라가 설치됐다. 운전을 방해하는 오토바이가 사라진 것은 좋았지만 운전하는 맛 또한 사라졌다. 왜 그럴까? 바로 지나친 규제가 범인이었다.

사실 우리나라 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짜증이 날 때가 많다. 고속 국도를 제외한 일반 도로의 제한 속도 - 시속 20km, 30km, 40km, 50km, 60km, 70km, 80km, 90km - 가 수시로 바뀌는 바람에 혼란스럽고, 여행의 즐거움을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어린이 보호 구역, 노인 보호 구역, 장애인 보호 구역, 마을 앞 주민 보호 구역. 여기에 보태서 도로 공사가 끝났는데도 감속하라는 속도 제한 팻말은 여전히 운전자를 흘겨보고 있다. 운전자는 운전의 불편함 외에 감정의 불편도 동시에 느낀다.

신호등은 어떤가. 지방 어느 지자체에서 신호등을 없앴다는 소식을 들은 적도 있었는데, 최근 들어 곳곳에 신호등이 부쩍 많아진 느낌이다. 꼭 필요한 곳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까지 설치되어 차량과 보행자의 흐름을 깨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교통량이 적은 곳에는 과감히 신호등을 없애거나 점멸등으로 하여 보행자, 운전자가 스스로 조심하고 양보하는 교통 문화 정착이 우선이지 기계적인 신호에 의해 사람이 통제되는 모습은 좋지 않은 것 같다.

이렇듯 규제는 법령이나 규칙으로 일정한 한도를 정하여 그 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으로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겠으나 지나친 규제는 마땅히 완화돼야 한다. 규제 완화를 해야 할 곳은 많다. 그중 최근 헌법소원이 제기된 '어린이 보호 구역 내 24시간 속도 제한 규정'을 살펴본다.

'어린이 보호 구역'은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구역으로 도로 교통법 제12조 1에 지정 및 관리에 대한 규정이 있다. 시장(市長) 등이 어린이 보호를 위해 보호 구역을 지정하고 차량 속도를 시속 30km 이하로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문제는 주말, 공휴일은 물론 통학 시간이 아닌 심야 시간대까지 24시간 내내 규제를 한다는 데 있다. '어린이 보호는 당연히 중요하지만, 현실에 맞는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衆論)이다.

어린이 보호 구역 내 제한 속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해 달라는 여론에 맞춰 몇몇 지자체에서는 시간대별 제한 속도를 달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거나 시범 운영하며 의견을 청취하고 있어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반면 어린이 보호 구역의 시간제 속도 제한 완화가 어린이 보호 구역 지정 취지가 훼손될 거라는 우려도 있다. 또 운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고 심야에도 학원에 가거나 주거지를 지나는 어린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이럴 거면 차를 밀고 다니지 왜 타고 다니나?'라는 볼멘소리도 나올법하다.

규제는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라 하여 '규제 개혁'은 역대 어느 정권에서나 강조됐다. '규제 전봇대 뽑기', '손톱 밑 가시 뽑기'라 칭하며 국민에게 다가왔지만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격으로 요란한 말잔치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본다. 규제는 항상 이해충돌(利害衝突)이 따른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이해관계 충돌과 안전 논리를 강하게 비판하며 '정부는 규제를 유지할 이유를 찾기보다 해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각종 규제에서 풀려난 자유로운 삶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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