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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11.13 17:25:03
  • 최종수정2025.11.13 17:25:02

김산옥

괴산문인협회 회원

가을이 점점 깊숙이 내려오고 있다. 설악산의 단풍이 붉게 물들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동창들과 가을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산과 바다를 두루 볼 수 있는 속초로 정했다. 만남의 장소는 반포 신세계 백화점 정문에서 오전 11시 집합이다. 나는 지방이므로 오전 8시 20분 출발하는 고속버스에 올랐다. 2시간 소요되니 여유가 있다. 그러나 백화점 정문을 찾는 과정이 난관이었다. 8번 출구를 찾는데 소비한 시간이 무려 40여분이었다. 오가는 길손에게 묻고 또 묻고. 뒤늦게 안내 데스크 창구를 발견했다.

숙소로 정한 속초 체스터톤스로 체크인하고 여장을 풀었다. 잠시 숨을 돌리고 B동에 있는 루프탑으로 향했다. 속초 시내와 청초호, 설악산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었다. 드넓은 호수와 주변의 경관이 어우러져 마음이 탁 트였다. 탑을 360도 둘러본 후 일정을 기획한 친구의 안내로 청초수물회에서 물회, 섭국을 주문했다. 오래간만에 소주와 맥주도 추가했다. 식사 후 근처의 호수를 산책하고 재래시장으로 유명한 중앙시장을 방문했다. 쇼핑 중에 쉬어가기 코너로 남포동 씨앗 호떡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일부 친구와 온천욕을 즐겼다. 하루 종일 車에 시달렸던 육신이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기상이다. 일정이 빠듯하다며 서두른다. 전날 흐렸던 흐린 탓으로 보이지 않았던 울산바위가 선명하게 보였다. 친구들이 매미처럼 창가에 바짝 붙어 있었다. 뒤늦게 나도 매미가 되었다. 비록 호텔의 창문에서 바라보는 경관이었지만 멋진 모습에 절로 감탄이다. 전설에 의하면 금강산에서 바위 경연대회가 개최되었다고. 전국의 명산에 흩어져 있던 바위들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에 질세라 울산에 있던 바위도 자신의 위용을 널리 알리고자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바위는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설악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실수를 범했다. 우리에게는 빨리빨리 문화가 있는데 근성에 패한 부적절한 행동이었다. 바위는 고향에 되돌아가지도 못한 채 그만 망부석이 되었다. 아침 식사는 음주로 인한 속 쓰림 탓으로 얼큰한 모둠 생선찜으로 해장을 했다. 음식으로 속을 든든하게 채우니 완벽하게 충전이 된 기분은 나만의 느낌이었을까·

이제부터 본격적인 목적지로 향했다. 설악산 소공원에 무료 주차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정해진 룰은 없었다. 힘들면 다시 내려오면 될 뿐이다. 걷다보니 신흥사 일주문까지 상당히 먼 거리였다.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는 모습이 왜 그렇게 부러운지 벌써부터 몸이 지친다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일주문을 통과하며 사진 촬영과 쉼을 위해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사찰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오랜만에 뵙는 통일대불은 여전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다. 중생들을 내려다 보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다시 행군이다. 올라가는 내내 크고 작은 바위와 많은 양의 냇물이 흐른다. 그 바위들이 모여서 물 흐름을 차단한 곳에서는 초록빛의 비경을 연출해 나그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드디어 와선대에 도착했다. 옛날 마고선이라는 신선이 바둑과 거문고를 즐겼으며 너럭바위에 누워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였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산행은 계속되었다. 수면위로 비치는 짙은 초록의 향연으로 마음을 강렬하게 잡아당겨 산행을 멈추고 냇가로 향했다. 친구들은 신발을 벗고 양말도 벗으며 물속에 발을 담갔다. 나는 그들 곁에서 떨어져 나와 조그만 돌을 모아 몇 개의 탑을 쌓았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다. 나의 육신에서 힘들다고 신호를 보냈다. 처음에는 허벅지와 종아리가 땅기더니 종국에는 발바닥에 불이 붙었다. 하산을 결정하고 유명 맛집으로 소문 난 집을 찾아 때늦은 점심으로 막국수와 감자전, 막걸리로 피곤함을 덜어냈다.

출발 전의 집결지로 향할 때 한 친구가 강원도로 귀촌한 친구하고 통화를 했다. 거리가 가깝다고 하며 일정에 없었던 일을 제안했다. 그러나 완전히 잘못된 선택이었다. 속초에서 횡성군 둔내는 전혀 가깝지 않았다. 車 두 대로 움직이는 것인지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헤매는 바람에 오후 7시가 지나서 도착했다. 그녀하고 헤어지는 아쉬움은 컸으나 30여분 머물렀다.

서울 도착 후 일정이 변했기에 남편과의 약속된 시간을 다시 계산했다. 그 결과 평택 지젤역에서 오후 11시로 정했다. 신창 행 전철이 수도권 전철과는 달리 차량 대기 시간이 상당히 길었다. 갑자기 뒷목이 땅겼다. 오랜만의 통증으로 뒷목을 마사지하며 50분을 기다렸다. 지젤역에서 하차한 후 지연된 시간 때문에 미안한 마음을 가득 품으며 개찰구를 빠져나왔다. 나의 우려와는 달리 그이는 미소로 반겼다. 그러면서도 1시간을 기다렸다고 투덜거렸다. 나는 만사가 다 귀찮아 빨리 집으로 가자고 재촉했다. 그러나 나의 배고픔을 걱정한 남편은 증평에 잠시 들렀다. 식당에서 뼈다귀 해장국을 식사한 후 포만감에 피곤함이 빠르게 엄습했다. 집 도착 후 캐리어를 그대로 팽개치고 세안도 하지 않고 침대로 직행을 했다.

그날 하루 아니 이틀이 나에게는 없는 날이 되었다. 제대로 된 컨디션으로 돌아오는데 사흘째 되는 날, 그때 비로소 주변이 익숙한 풍경으로 가득히 펼쳐졌다. 나의 집 주변이 지천으로 깔려있는 게 가을인 것을 그 가을을 찾아 고생 고생한 여행이라니~ 그래서 추억은 낙엽처럼 쌓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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