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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식

수필가

죽음은 삶의 귀결이다. 이런 진리를 너무나 잘 알면서도 친정어머니의 죽음 앞엔 심신이 무너졌다. 지난 8월 어느 날 어머니께서 병환으로 세상을 떴다. 어머니의 죽음을 맞자 그 슬픔은 필설로도 이루 형언할 수 없으리만치 깊었다. 어머니 생각만 하면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길을 걷다가도 흐르는 눈물을 도저히 주체할 수 없었다. 이런 필자를 본 가족들은 노년에 큰 상심은 자칫 치매를 야기 시킬 수 있다며 정신과 진료를 권유할 정도다.

그동안 친척 및 지인들의 죽음을 여러 차례 대하였다. 그러나 이 세상 단 한 분뿐인 어머니를 죽음의 손아귀에 빼앗기자 모든 것을 잃은 듯 슬픔이 너무나 컸다. 어머닌 말년에 이르러 머릿속 지우개인 치매 및 폐암을 앓았다. 급기야 간까지 암세포가 전이돼 병마의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이런 어머니를 병원에서 뵐 때마다 뼈가 녹아내리는 듯 마음이 아팠다.

어머닌 고령이라 항암 치료도 못하자 하루가 다르게 피골이 상접했다. 이런 어머니 모습을 마냥 손 놓고 바라만 봐야 하는 무능한 자신이 야속하기조차 했다. 한편 어머니 병환의 고통을 온전히 덜어드리지 못하자 자식으로서 불효를 저지르는 듯 해 참으로 죄스러웠다.

지난날 어머니는 몸 사리지 않고 가난과 맞서며 온갖 고초 속에서도 우리들을 양육하였다. 어머닌 어려서 온몸이 불덩이처럼 열이 오르면 한 밤중에도 필자를 업고 맨발로 십리 길을 한달음에 뛰었다. 그리곤 황급히 병원 문을 두드렸다. 또한 어머닌 태중에 열 달 동안 필자를 품고 당신의 피와 살을 아낌없이 나눠 준 분이 아닌가. 어머닌 아이 한 명을 출산 할 때 석 섬, 서 말의 피를 흘린다고 하지 않던가. 이렇듯 어머닌 숭고한 사랑과 희생, 헌신으로 자식들을 양육 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서 아무런 대가 없이 사랑을 베푸는 사람은 오로지 어머니뿐이다. 삶에 부대끼다가도 어머니 품속을 그리워하는 게 아마도 이 때문 일 것이다. 작고(作故)한 친정 어머니를 떠올리노라니 갑자기 헝가리 시인 어틸러 요제프 시인의 「어머니」라는 시어가 떠오른다.

'어느 일요일 짙게 물든 황혼/ 두 손에 컵을 든 어머니가/ 살포시 미소 지으며 앉아 있다/어머니가 부잣집 품을 팔아/ 작은 냄비에 담아온 저녁거리/ 부자들은 밥을 큰 솥 가득 해먹는가 보다./ 이런 생각이 잠자리를 맴돌았다< 중략>'

어틸러 요제프는 지독한 가난을 자신의 시에 담았다. 그는 평생을 가난에 시달리며 세탁소 세탁부로 살다 간 어머니에 대한 뼈아픈 회상이 그의 작품 속에 오롯이 용해됐다. 그래 이 「어머니」 라는 시를 입속으로 가만가만 암송하노라면 지난날 친정어머니가 겪은 질곡의 시간이 눈앞을 스친다.

이 '어머니' 라는 시 전문엔 '일에 지친 어머니는 일찍 허리가 구부정해져'라는 표현이 있다. 친정어머니 역시 날이 갈수록 바람 빠진 풍선마냥 체구가 작아졌고 허리역시 구부러졌었다. 아! 어머니! 수없이 부르고 또 불러보지만 어머니의 다정한 목소리는 좀체 들을 수 없다. 어머닌 거대한 슬픔을 안겨준 채 영영 곁을 떠난 것이다. 젊은 날 어머닌 봄날에 피어나는 복사꽃처럼 환하고 아름다웠다. 그 단아한 자태, 인자한 웃음을 지녔던 어머닌 이젠 허망하게도 한줌의 재로 화하여 자연의 품속에 편안히 잠들었잖은가.

어머니께선 생전에 우리들에게 너무 애면글면 살지 말 것과 과욕을 경계하라고 당부하였다. 오늘도 그 말씀이 귓전에 생생히 들려오는 듯하여 나도 모르게 마음의 귀를 모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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