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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가을은 참 예쁘다/하루 하루가/코스모스 바람을/ 친구라고 부르네/가을은 참 예쁘다/파란 하늘이/너도 나도 하늘에/구름같이 흐르네/조각조각 흰구름도 나를/반가워 새하얀 미소짓고/그 소식 전해줄 한가로운/ 대 얼굴은 해바라기/나는 가을이 좋다/낙엽 밟으니/사랑하는 사람들/단풍같이 물들어…"

어느 가수가 부르는 '가을은 참 예쁘다' 노랫말이다.

가을이 되면 가을빛과 함께 내 곁을 맴도는 노래 중 하나다. 흥얼흥얼 자꾸만 입에 달라붙는 노랫말이 나를 가을볕으로 나가게 만든다.

정오가 되면 따스한 가을 햇살이 베란다를 기웃거린다. 나는 습관적으로 그 시간을 기다렸다. 창문을 열고 햇볕을 맞이한다. 가슴 벅찬 기쁨으로 열린 창문을 통해 자연과 마주한다. 의자를 놓고 앉으면 창문이 그림 액자가 된다. 소중한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코끝으로 가을 향기도 전해진다. 특히 올해는 창문으로 보이는 정면에 커다란 감나무가 있는데, 소담스러운 감이 열렸다. 이웃 아이들을 만나듯이 감꽃부터 시작해 자라는 과정을 다 지켜보면서 흐뭇하고 뿌듯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계절이 지나가면서 어느덧 가을을 맞이했고 감나무이파리에 고운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서 눈에 띄게 열매에 살이 붙는 것도 마주하며 바라볼 수 있었다. 어느 날 기온이 내려가자 이파리가 하나둘씩 떨어지면서 나뭇가지에 홍등 내걸리듯이 실한 감이 주황빛으로 곱게 익어갔다. 그 광경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수시로 해바라기하며 창문으로 보이는 살아 흔들리는 풍경을 보면서 '가을은 참 예쁘다'는 노를 입에 달고 살았다. 가을 앞에서 그렇게 자연과 마주한 순간들이 따스한 기억으로 마음에 보석처럼 박혔다. 그 순간에는 책을 읽는 것도 다른 일을 하는 것도 아깝다는 생각에 유일하게 자연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예쁜 가을을 마주하던 어느 날, 반가운 가을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그 반가운 가을은 바로 80대 중반의 시를 사랑하고, 무엇이든 배우는 것을 즐기는 분이다. 오래전 청주시 1인 1책 만들기 프로그램에 수강생으로 오셔서 수업에 참여하셨다. 그때 책을 두 권 출간하셨다. 수업에 얼마나 즐겁고 행복하게 나오셨는지 그 열정에 늘 내가 더 배우는 귀한 만남의 시간이었다. 하얀 백발에 흥겨운 삶의 이야기를 하시던 모습이 늘 나에겐 귀감이 되었다. 우리는 지금도 가끔 만난다. 우리는 서로 생각이 나면 전화 통화를 하고 시간을 맞춰 만나곤 한다.

나는 어머니와 비슷한 연배의 그분을 늘 위대하고 아름다운 가을의 모습이라고 생각해 왔다. 특별한 인연으로 만난 우리는 늘 한결같은 반가움으로 만나 식사를 하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 가을에 반갑게 통화를 하면서 뵙기로 약속을 했다. 지난번에 뵈었을 때는 무릎이 불편해서 앉았다가 일어설 때 힘이 든다고 하셨었는데, 경쾌한 음성을 듣고 나니 그래도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좋은 사람과 통화를 하고 나니 예쁜 가을이 더 특별해진 것 같다.

창밖으로 보이는 감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홍등이 더 커 보인다. 가을바람도 내 마음을 아는지 풍경화에 사선을 그으며 나뭇잎을 뿌려 주었다. 눈부신 햇살 속으로 물고기 같은 이파리들이 빛에 반짝이며 흩어져 날렸다.

갑자기 어디선가 까치가 날아와 감나무에 앉아 감을 쪼아 먹는다. 감나무 위가 소란스러워졌다. 조무래기들처럼 참새들도 날아들었다. 나뭇가지를 옮겨 다니며 촐랑대다가 무더기로 이동을 했다. 그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워 유심히 바라보았다. 마치 매스게임이라도 하듯이 오르락내리락 감나무 위에서 숲과 풀밭으로 날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까치도 가족을 데리고 왔는지 몇 마리 더 늘었다.

도심에 살면서 이렇게 자연과 마주하며 더불어 살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에 사무치게 감사하다.

감나무와 마주한 가을이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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