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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11.09 14:48:58
  • 최종수정2025.11.09 14:48:57

정초시

후마니타스 포럼 대표

지난 10월 13일 202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조엘 모키어(Joel Mokyr) 노스웨스턴대 교수, 필리프 아기옹(Phillippe Aghion) 콜레주드프랑스 교수, 피터 호윗(Peter Howitt) 브라운대 교수가 선정되었다. 2024년에는 대런 아제모글로우교수, 사이먼 존슨교수, 제임스 로빈슨교수 세명이 노벨경제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작년 수상자들의 연구는 "경제발전과 제도"의 관계 속에서 포용적 제도를 가진 나라는 발전하고 차별적이고 억압적인 제도를 가진 나라는 쇠퇴해 왔다는 것을 장기적이고 역사적 관점에서 설명하였다. 올해 수상자들은 기술혁신이 경제성장을 이끌었다고 주장한다. 이때 기술혁신이 사회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를 둘러싼 문화, 시민의식수준, 갈등조정을 위한 정치제도 등 비경제적 요인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노벨상이 사회변화의 추세와 더불어 앞으로 사회가 나갈 방향을 제시하는 연구에 상을 준다는 점에서, 현대 사회의 발전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올해 3명의 수상자는 다소 독특한 구성이다. 모키어는 경제사학자이며, 나머지 두 명은 수리·계량경제학자로 알려져있다. 모키어가 기술혁신의 장기적 경제성장 기여를 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했다면, 나머지 2인은 이것을 수리적 모델을 통하여 기술을 내생화하여 입증하였다. 즉, 주류경제학과 비주류 경제학의 융합을 통해 사회를 좀 더 균형있게 보고자하는 시도일 것이다. 특히 노벨상 상금의 절반은 경제사학자인 모키어에게 주어졌다는 사실은 장기적 관점에서 현 사회가 가지고 있는 제도적 측면에서의 위기적 현상을 잘 말해주고 있다.

모키어는 과거 수천년동안 인간의 경제생활은 거의 정체에 가까울만큼 더딘 성장이었다고 진단하고, 왜 최근 산업혁명 이후 200여년 동안에 급격한 경제성장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하였다. 즉, 정체가 보편적 규범이었는데, 이제는 성장이 보편적 규범이며 저성장 혹은 정체는 정상에서 이탈된 것이다. 무엇이 과거 수천년에 비해 최근 이백여년의 성장을 가능하게 했는가·

창조적 파괴과정을 통한 기술혁신이라고 규정한다. 모키어는 기술혁신의 과정을 두 가지 지식의 결합으로 설명한다. 실무적 경험을 통해서 얻은 생산관련 지식을 뜻하는 처방적 지식과 이론과 원리 등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하는 명제적 지식이 그것이다. 산업혁명이전에는 오직 처방적 지식에 의한 경제의 느린 성장이 있었으나, 산업혁명 이후에는 두 지식의 융합으로 인해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혁신적 성장을 간다는 것은 이전의 것을 대체한다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기존의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저항이 심했던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가 이러한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혁신의 방향을 올바로 설정하고 나갔던 국가들은 발전에 성공하였다고 분석한다.

한국의 상황에 적용해보자. 우리는 과거 약 60년 동안의 짧은 기간동안 압축성장을 해왔는데, 모키어의 표현대로라면 처방적 지식을 바탕으로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는 "빠른 추격자" 전략을 취하여 급격한 성장을 이뤘으나, 기초학문을 바탕으로 하는 명제적 지식과의 융합이 뒤따르지 않아 혁신성장의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또한 성장과정에서 "경제성장 제일주의" 전략으로 시민의식의 성숙, 갈등조절을 위한 정치, 협력의 문화 등의 정착을 위한 역사적 과정이 결여되어 혁신을 통해 나타나는 기득권세력과 혁신세력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이며, 이것이 안정적 사회변화의 제약이 될것이다.

AI가 창조적 파괴자로 등장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가운데, 혁신에 뒤처지지 않으면서 이후에 나타날 갈등을 어떻게 조정해 나갈지가 큰 과제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융합적 사고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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