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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11.06 16:28:31
  • 최종수정2025.11.06 16:28:30

이정희

수필가

한 농부가 있었다. 임종에 앞서 아들들에게 말 17마리를 남겨주면서, 첫째는 1/2 둘째는 1/3 막내는 1/9을 갖도록 유언했다. 17은 어떤 수로도 나누어지지 않는다. 아들들은 이웃에 사는 현자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는 자기 말을 한 필 끌고 왔다. 도합 18마리에서 큰아들 몫으로 나누자 9마리, 그 다음 차례차례 6마리 그리고 2마리 해서 최종 17마리다.

그래도 1마리는 남았다. 추가된 한 마리는 숫자를 채우기 위한 방편이었던 걸까. 계산을 끝내자 원 위치가 되었던 것을 보면. 그렇더라도 남은 한 마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17자체도 1과 자기 외에는 나누어지지 않는 고집쟁이 숫자였으나 한 마리가 들어가면서 무려 3개의 숫자로 나누어졌다.

초등학교 때 읽었으니 수십 년 전 일인데 이제야 삶의 비장카드임을 알겠다. 1/2이고 뭐고 간단하게 큰형은 7마리 그리고 둘째와 막내는 5마리씩 갖는 방법도 나옴직하다. 혹은 8마리와 6마리와 3마리로 해도 간단하다. 계산이 나오지 않을 경우 차선책도 있으련만 세 아들은 유언이라는 구실로 욕심만 부렸다.

세 아들의 청을 받고 자기 말을 끌고 온 현자는 계산이 끝나는 대로 찾아갈 것을 예상했을까. 17마리 속에 포함시키면서 계산의 귀추를 파악하고 심중을 꿰뚫었으리. 유산을 놓고 다투는 아들들에게, 정확한 건 좋지만 나누어지지 않을 때는 변수도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치려 한 게 아닌지 모르겠다.

예상치 못한 결과를 보고는 필연 당황했을 테니까. 아버지의 유언을 놓고 다툰 것은 무안했겠지만, 때로는 변수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우쳤을 거다. 수학에는 공식이 있어서 아무리 복잡한 숫자도 계산이 끝나는데 나눗셈에는 17처럼 아무리 해도 종료되지 않는 숫자가 있다. 인생 또한 풀리지 않는 장벽과 수수께끼에 얼마나 시달렸던가.

그나마도 방법은 있으니 살만한 거다. 하지만 앞서 말한 현자처럼 내 것을 보태야만 되는 게 관건이다. 형제간이든 친구간이든 가진 것 하나를 버리면서 수월해지는 관계는 알지만 말처럼 간단치는 않다.

풀리지 않는 관계일수록 약간의 손해를 참는 것이 원만한 결과를 낳는다. 단순한 공식은 또 인생 방정식의 열쇠고리가 되기도 한다. 삐걱대는 일상이 윤활유를 친 듯 부드러워지지만 막상 닥칠 경우는 다 잊고 마는 것 또한 우리들 허점이다.

아버지가 원한 건 가정의 화목이었을 거다, 하지만 아들들은 자기 몫으로 떨어질 유산을 중요시했다. 인생은 나눗셈보다 까다롭고 난이도가 높은 과제였으나 그럴수록 간단히 마무리 짓는 방법이 필요하다. 누군가 손해를 보면서 나온 결과지만 우리 모두 감수해야 될 역할이기도 했다.

여기서 추가된 하나는 빠져나간 몫이라서 손해일 것 같지만 현자의 한 필 말처럼 되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당장은 보이지 않아도 자기 인생의 산맥을 이룬다. 울멍줄멍 뻗어나간 산줄기에 숲이 우거지고 새새로 떨기 꽃이 만발하게 될 풍경을 생각하면 참아야 되지 않을까. 인생도 우거진 숲을 헤쳐 나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제 아무리 우거진 숲도 우리 삶의 내막보다 복잡하지는 않다. 광대무변 우주보다 인생 숲이 때로는 더 불가사의하게 느껴질 때가 있지만 답파하는 동안 인격이 높아지고 차원이 고상해진다. 그 동안 참고 견디는 자체가 손해를 무릅쓰는 과정이었다. 계산할수록 늘어나는 곱셈보다 간단명료해지는 나눗셈의 묘리를 숙지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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