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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식

수필가

-지인 아들의 결혼식장에 왔습니다. 신랑과 몇 마디 나눠봅니다. 결혼축하 하네. 몇 살이더라.

고맙습니다, 아, 서른여섯입니다.

-거두절미하고 몇 마디 얘기를 나누고 싶은 데 괜찮을까?

예, 한 10분, 15분은 괜찮을 거예요.

-살림집은 구했는지, 얼마나 들었는지 말해줄 수 있어?

판교에 구했는데 3억 전셉니다, 살림 마련에 2천정도 들었고요.

-고생했네, 그래도 출발부터 부자인 편이네.

반은 은행 대출입니다. 한동안 빚 갚느라 힘들 것 같습니다.

-판교는 그곳에 무슨 연고가 있었나?

장모님 댁이 판교입니다. 아무래도 아내가 원하고 아이 생기면 처가 신세를 져야할 것 같아 장모님 댁 가까이 정했습니다.

-그럼 시집을 오는 게 아니라 장가를 가는 거네.

제 친구들 가만히 보면 열에 아홉은 그렇습니다. 고부갈등도 없고 잘들 사는 것 같습니다.

-그럴 수 있지만 아닐 수도 있겠지. 고민이나 불만을 누가 쉽게 털어 놓을까?

그렇겠습니다. 아저씨 때에는 고부갈등이 많이 있었습니까?

-정도의 차이야 있었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어. 나만 해도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어려움을 무척 많이 겪었지. 해답이 없어. 그런 고생 안 해 좋겠네.

걱정이 되긴 합니다. 많이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자꾸 돈 얘기를 하게 되네, 결혼비용은 얼마나 들어?

친구들에 비해 약소하게 하는 건데 2천정도 예상합니다. 축의금으로 해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나?

유럽으로 12박13일 다녀오려 합니다.

-예식은 어떤 형식으로 하는가?

지루하지 않게 즐거운 축제처럼 준비했습니다. 대충 동시입장하고 결혼서약하고 성혼선언이 있고 축가듣고 저도 한곡 부르고 퇴장하는 순서입니다.

-아, 그렇군. 성혼선언은 누가 하나?

진행을 맡은 친구가 기록된 걸 읽을 겁니다.

-정말 우리 때와 많이 달라졌네. 혹시 자녀계획은 세웠나?

구체적으로 상의한 건 아니지만 하나나 둘을 낳아야지요. 그 때부터 고생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아니 왜, 그렇게 생각해?

장모님께 부탁하는 것도 간단하지 않은 일이고 여차하면 둘 중에 하나는 육아휴직을 해야 할 텐데 그것도 눈치가 보이고 수입이 확 줄어드는 일이니까요.

-그래도 자네들은 좋은 형편에서 시작하는 거야. 전세라도 집이 있고 둘 다 탄탄한 직장이 있으니 금 수저는 아니라도 은수저는 되는 거야.

주례 선생님이 안 계시니 아저씨께서 저에게 한 마디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럴까, 신부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게.

네? 그래도 서로 잘 맞는다고 생각하고 주변에서도 칭찬이 무척 많은데요.

-신부가 보기에 자네도 똑같지 않을까? 지금은 서로 좋은 것만 보이고, 들릴 때야. 함께 살다보면 결혼 전 장점이 단점이 되고 서로의 결점도 슬슬 드러나는 거야.

서로 최선을 기대하면 안 될 까요?

-안될 거야 뭐 있겠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지 않을까 해서 하는 말일세. 요즘 자네 주변에 자유로운 결혼을 주장하는 친구들은 없나?

가끔 친구들 사이에서 "생활동반자"라는 말을 하고 그런 법이 제정될 거라는 얘기들을 합니다.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도 자주 화제로 삼습니다.

-우리나라는 예식장 횡포가 자주 회자되는 것을 보면 아직 그런 것은 미미하다고 해야겠지- 이런 자리에서 할 얘기가 아닌데 미안하네. 참, 직장에서 육아휴직들은 많이 사용하나?

아이를 돌봐줄 이가 없는 여직원들이 민망해하며 사용하고 남자 직원들 중에서는 경쟁에서 쳐질 각오도 있어야 하고 용기가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조금씩 늘어나기는 하는 것 같습니다.

-자네는 자녀가 아들이 좋은가, 딸이 좋은가?

갑자기 물으시니 당황스럽습니다만, 아들이면 좋고 딸이면 더 좋겠습니다. 둘이라면 딸, 아들이면 가장 좋겠습니다.

-바쁜 신랑 붙들고 시간을 너무 뺏었네, 그만 들어가 보게. 부디 잘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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