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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11.04 14:13:08
  • 최종수정2025.11.04 14:13:08

이재준

역사칼럼니스트

호국가람 고려 영국사(寧國寺)는 영동 천태산에 있다. 고려 공민왕 때 홍건적의 침공으로 개경을 탈출한 공민왕이 피난한 곳이다. 만추가 되면 이 사찰에는 1천년 넘게 살고 있다는 천연기념물 제233호인 은행나무 잎이 장관을 이룬다.

필자는 이 사찰에 있는 고려 시기 조성 망탑과 부도 등을 조사하려 두 번식이나 갖지만 시기가 맞지 않아 은행나무 잎의 장관을 보지 못했다. 은행나무는 여러 편 영화의 단골 소재로도 쓰여 졌으며 전생 설화를 다루고 있다.

강제규 감독이 만든 '은행나무 침대'는 1996년에 개봉된 판타지 영화이지만 조연으로 출연한 배우 신현준의 비장한 얼굴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신현준은 이 영화로 단연 스타덤에 올랐다.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국내 은행나무는 25점. 그 가운데 수령이 1000년을 넘는 나무는 총 7점이나 된다. 영국사 은행나무는 높이가 31m나 되며 작은 키가 아니다.

'눈오는 날에는 눈물이 난다'는 시를 쓴 여류 김정화 시인. 옥당문학상 수상자인 그녀의 '은행나무'시는 정감이 간다.

늦가을 비 차갑게 내린다 / 한 채의 우체통처럼 / 붉은 우산이 / 은행나무 밑으로 들어와 선다 / 나무가 젖은 은행잎 몇을 / 엽서처럼 붉은 우산 위에 떨군다 / 나무에게도 나이테 속에 오래 머문 그리운 이가 있는가 보다.

올해도 영국사에서는 '은행나무걸개 시화전'이 열렸다. 천년 은행나무에서 꽃비처럼 날리는 은행잎을 맞으며 시화를 감상하는 운치는 멋질 것만 같다. 시단의 거목으로 불리는 나태주, 장관을 지낸 도종환씨 외 400여 명 시인이 참가했다고 한다.

이쯤이면 전국적 시화축전이 아닌가 싶다. 시화전을 꼭 가보려고 했지만 서울에서 현지를 간다는 것이 쉽지 않아 뜻을 이루지 못했다.

천태산에 자리 잡은 영국사는 경치가 아름다워 양산팔경 중 제1경으로 대접받고 있다. 양산은 유명한 신라향가 '양산가'의 고향이 아닌가. 천태산의 본래 산 이름은 지륵산(智勒山)이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영동현이 아닌 옥천군 고적조에 나오며 '영국사가 지륵산에 있다'라고 돼 있다. 이것이 고려 원각국사와 관련, 조선 중기부터 천태산으로 불린 것 같다.

절에 전해지는 기록을 보면 신라 문무왕 8년(668년)에 창건되었다고 돼 있다. 이 때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직후가 된다. 불교를 통해 민족통합의 기운을 북돋우려는 시기였다.

고려 명종 때인 12세기에 원각국사에 의해 중창 됐으며 고려 고종 때 왕명으로 탑과 승탑, 법당을 새로 지어 국청사로 명명했다고 한다. 그 후 공민왕이 피난을 와 국태민안을 기원함으로써 국난을 극복하고 나라가 평안하게 되었다 하여 영국사로 개명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조천성(助川城)의 화랑 김흠운 유적, 심천 난계 박연선생의 국악 성지 유적과 더불어 영국사는 영동의 아름다움과 역사성을 널리 자랑할 중요한 자원이다. 이들을 연계한 역사 관광벨트를 조성, 널리 홍보하여 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했으면 한다.

올해 처음 열린 세계국악엑스포의 기운을 살려 케데헌의 열풍에 힘입은 새 영동관광 프로젝트를 마련해야 한다. 영동 곳곳의 수려한 경관, 국악의 선율과 토종 영동 와인등은 이 지역이 지닌 국보적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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