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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11.03 15:34:29
  • 최종수정2025.11.03 15:34:29

박홍규

충북여고 교장

달리는 기차의 어디에 타고 있는지에 따라 바라보는 풍경은 달라진다. 맨 앞의 운전석에 자리하고 있으면 달리는 속도만큼 앞쪽으로부터 다가오는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저만큼 멀었던 풍경들이 차츰 속도를 높이다가 가까워질수록 빠르게 다가와 이내 뒤쪽으로 사라진다. 그 자리의 역할에 걸맞게 다가오는 풍경에 몰두하게 되고, 예사롭거나 익숙하게 반복되는 풍경일 땐 평범하게 대하지만, 낯설고 새로운 풍경일 때에는 긴장하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를 한다.

객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자기 자리에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본다. 블라인드를 내리거나 시선을 돌릴 수도 있다. 이쪽에 앉은 사람과 저쪽에 앉은 사람이 바라보는 풍경은 비슷하되 서로 다르다. 창문이 넓은 곳에 앉은 사람과 시야가 제한된 자리에 앉은 사람도 각각 눈에 비치는 풍경이 다르다. 그러나 어디에 있든 풍경은 한쪽으로 제한되어 있다. 바라보는 각도도 거의 고정되어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차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밖으로 보이는 풍경 하나하나가 사소하지 않다. 새롭고 낯선 만큼 눈과 마음에 모두 담지 못해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다소나마 익숙해지면, 일상적인 기차 승객들처럼 마음을 가라앉히고 지나치는 풍경을 바라본다. 창밖으로 흐르는 풍경들은 물론 관여할 수 없는 풍경들이다.

드물기는 해도 기차 맨 뒤에서 지나치는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그의 눈에는 느닷없이 새로운 풍경이 나타나 시야를 채웠다가는 점차 멀어진다. 마침내 보이지 않는 퐁경들을 후일담처럼 바라본다. 직선 구간의 철로인지 곡선 구간인지에 따라 풍경이 사라지는 모습은 다르다. 그것이 그의 여행이다.

분명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같은 기차를 타고 있음에도, 각각의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을 기준 삼아 감상하고 이야기한다. 기차는 비유다. 우리는 같은 시대를 달리는 커다란 기차의 승객이다. 그리고 실제 기차 승객처럼 자신의 각도로 바라보는 풍경을 이야기하고 요구하며 외친다. 다양한 목소리와 이야기들이 서로 섞여 때로는 풍성해지고 때로는 팽팽해진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 기차의 어느 곳에 위치해 있는가. 분명 아무도 없이 혼자만 탄 채 달리는 기차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별다른 고민 없이 운전석에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혹은 당연히 그런 게 아닌가라고 여길 수 있겠지만 실제로 그러한가. 운전석에 앉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객석으로 이동 당하지는 않았는가. 혹은 객석으로 이동하고 싶은 욕망에 시달리는 것은 아닌가. 처음부터 객석의 고정된 자리에 만족하며 머물러 있는가. 설마 맨 뒤에서 지나치는 풍경을 회상하듯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타인의 삶에 대해서는 객석에서 풍경을 바라보듯 할 수 있겠지만,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하고 있는가. 함부로 운전석에 들어가 앉으려 하지는 않는가.

대부분의 비유가 그렇듯, 우리가 타고 달리는 기차에서 우리의 자리는 고정석이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변화의 속성은 여기에도 적용된다. 그러므로 지금, 시간의 속도로 달리며 펼쳐지는 상황에서 내 위치는 어디인가라는 궁금증은 늘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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