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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두

시인·괴산문인협회장

시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60대 후반까지도 1.0을 유지하던 시력이 70 고개를 넘더니 0.1까지 떨어진 것이다. 책이나 핸드폰 등 가까운 거리는 이방 저방에 대여섯 개나 되는 돋보기로 커버해 왔는데 이마저도 한계에 도달했다. 돋보기 도수를 아무리 높여도 어리어리하게만 보여 무슨 방법이 없을까 고민 끝에 인터넷의 힘을 빌려 노후화된 수정체를 인공수정체로 교체하는 수술로 백내장과 저하된 시력을 다 해결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수술을 망설이다 노년기의 건강관리에 대한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씀이 떠오른다. 선생은 노년기에 들어서 "늙어 눈이 어두워지는 것은 세상의 세세한 것을 보지 말라는 뜻이며, 늙어 기억이 감퇴하는 것은 괜한 일을 기억하지 말라는 뜻이다."라고 했다. 늙어 시력과 기억력이 감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그에 맞추어 살라는 뜻으로 새겨진다. 이러한 생활 태도를 견지한 선생은

39살부터 18년간이나 유배 생활을 하면서 가난과 고립 등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수백 권의 저서를 집필하고 75세까지 삶으로써 스스로 그 뜻을 증명했다.

아직은 해야만 하는 일이 많고 일상 활동에 장애가 되는 시력 저하를 그대로 놔둘 수 없어 수술하기로 했다. 수술은 그리 힘들지 않았다. 여러 번의 사전 검사를 거쳐 처음에 왼쪽 눈, 하루건너 오른쪽 눈을 수술하는 식이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2주간의 예방적 안약 처방과 샤워 금지를 하고 나서 일상으로 돌아왔다. 수술 후 시력은 0.1에서 1.0으로 10배나 좋아졌다. 원거리와 60cm 중거리 시력이 너무 좋아졌고 책이나 휴대전화 등 근거리도 돋보기안경을 쓰면 마치 선명한 인쇄체 활자를 보는 듯 깔끔해졌다. 물체가 너무나 선명하여 부담스럽기조차 했다. 이렇게 눈부시게 발전하는 의술의 혜택을 받는 시대에 사는 크나큰 행운이다.

하지만 내 수정체를 빼내고 인공렌즈를 끼워 넣었으니 벌써 내몸에는 작년에 임플란트 수술로 심은 인공 이빨과 이번의 인공렌즈까지 두 가지가 들어온 셈이다. 다산 선생의 노화 순응적 태도에 배치되는 것이지만 현실의 삶은 어쩔 수 없다. 앞으로 더 무슨 인공물을 내몸에 들여놓아야 하는지 두렵기도 하다. 그렇다고 남은 귀, 머리털 등에 자꾸 인공물을 심고 싶지는 않다.

다시 인생에 대한 다산 선생의 지혜를 생각해 본다. "사람이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고, 탐욕은 끝이 없으며, 결국 수명을 해친다. 그러므로 병 또한 장수를 돕는 것이다."라고 했다. 병까지 긍정적으로 보고 받아들이는 노년을 살아선지 선생은 당시로는 장수했다.

우리 인간은 무슨 일이든지 자신에게 이전에 없던 변화나 충격이 오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인데도 그로 인해 생기는 어려움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언제까지 필연적으로 닥쳐오는 파도를 피할 수 있을 것인가. 눈, 코, 귀, 이 등 모든 신체기능이 떨어지고 각종 병마가 침입하는 노년에는 이에 맞서기보다는 '절제와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다산의 건강 철학이 마음으로 다가온다.

오래 살고 싶은 것은 우리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이다. 이 또한 자연스러움이다. 꽃나무가 싹을 틔워 잎을 내고 열매를 맺어 다시 땅에 씨앗을 돌려주고 일생을 끝내듯 우리 인간도 나서 커서 시집 장가가고 늙어 꽃 지듯 생을 마감한다.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늙어감과 죽음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 또한 그대로 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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