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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10.29 14:38:48
  • 최종수정2025.10.29 14:3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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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같은 밭에서 고구마를 캐고 있는 친구의 모습.

ⓒ 이수안 시민기자
[충북일보] 요 며칠 푸르른 하늘을 본다. 긴 가을비 뒤에 만난 눈부신 햇살이 감격스럽다. 이렇게 화창하게 빛날 것을, 왜 그렇게 한 달 내리 넘도록 줄기차게 비가 왔을까.

한해 농사를 망친 농부님들이 애잔하다. 김장 배추는 녹고, 들녘에는 진즉에 끝났어야 할 추수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모처럼의 햇볕이 반가운 농부는 하루라도 수확을 늦춰 보지만, 이미 때를 놓쳐 탱글탱글 알차게 영글기는 글렀다.

친구가 카톡에 올린 사진 생각이 난다. 개흙처럼 발이 푹푹 빠지는 밭에서 고구마를 캐는 광경이었다. 진창에서 캐 올린 고구마는 물에 씻고 말려 출하한다고 했다. 사진으로만 보아도 기가 막히는데, 차가운 진펄에 빠진 발 꺼내면서 고구마를 캐는 마음이 얼마나 막막했을까.

결혼 이후 친구는 고구마 농사를 천직으로 알며 살아왔다. 고구마 농사로 살림 기반을 다졌고, 자식 공부도 시키며 고구마 전문가가 되었다. 항간에는 나쁜 일이 주르륵 연결되어 있을 때 고구마 줄기처럼이라고 표현하지만, 친구에게 고구마는 보람이요, 기적이며 삶이 된다. 싹을 잘라 흙에 꽂으면 주렁주렁 고구마가 열리는 기적. 인공지능이 엄청나게 발전한 AI 전성시대지만, 고구마 한 알 만들어내는 것은 오직 농부가 땀 흘리며 발 디디고 선 흙이 아니던가.

그러므로 친구는 내년에도 고구마 농사를 지을 것이다. 가물어도 장마가 져도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생명을 길러내는 흙을 믿기 때문이다. 흙을 믿는다는 건 결국 삶을 믿는 일이다. 흙처럼 묵묵히 견딜 때 또 한 번의 계절을 건너 새로운 싹을 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씨고구마를 골라 갈무리하는 친구의 부지런한 몸짓이 눈에 선하다.

/ 이수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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