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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논설위원

김흥국을 가수가 아닌 희극인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웬만한 희극인보다 더 익살맞기 때문이다. 히트곡 없는 가수로 가요계의 변방을 배회하던 그가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호랑나비'가 히트하면서부터였다.

1989년, 31살의 나이였다. 넘어질 듯 비틀대는 춤과 함께 부른 '호랑나비'가 인기몰이를 하며 김흥국은 뒤늦게 리즈시절을 보냈다. 어눌한 개그감각도 빛을 발해 '예능 치트키', '흥궈신'이란 별칭까지 얻었다.

호랑나비 외에 특별한 히트곡이 없고 외모나 말주변도 특별하지 않은 자신이 롱런하는 이유에 대해 김흥국은 "제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 없잖아요. 너무 완벽하면 안 됩니다. 빈틈도 있어야지"라고 했다. 어수룩함으로 포장된 단단한 이면이다.

김흥국은 방송진행 중 사고에 가까운 아찔한 실수를 여러 번 저지르기도 했다. 차도균의 노래 '철없는 아내'를 '털 없는 아내'로 터보의 'cyber lover'를 '씨버러버'라고 말해 큰 웃음을 주었다. 마돈나가 UCLA대학에서 강의했다는 방송원고를 '마돈나가 우크라 대학에서 강의를 했네요.'라고 잘못 읽었는데, 그 후 한동안 UCLA대학을 우크라 대학으로 바꿔 말하는 것이 유행했었다.

최근 김흥국이 정치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보수 정치 성향을 보이며 선거 유세장에 얼굴을 자주 비치는 연예인으로 기억하고 있으나, 그가 정식으로 정치에 입문했던 적이 있었는지 고개가 갸웃해진다. 무대에서 호랑나비 춤을 추듯 제 흥에 겨워 유세 응원판에 올랐던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김흥국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스스로 본업으로 돌아가는 게 맞겠다는 판단을 했다면서 "필요할 때만 연락하고, 되든 안 되든 끝나면 찾는 사람도 없고 연락도 없다. 개만도 못하다"며 울분을 쏟았다.

그는 타계한 코미디언 이주일의 '정치해 보니까 코미디더라'라는 말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격에 맞지 않은 비유다.

코미디계의 황제로 불리던 이주일은 정주영회장이 통일국민당을 창당했을 때 가장 먼저 영입한 인재다. 처음에는 정계진출을 사양했으나 정주영회장의 간곡한 부탁으로 출마를 결정,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국회의원 임기를 마친 이주일의 퇴임인사는 간결했지만 어느 정치적 발언보다 임팩트가 있었다. "정치를 종합 예술이라고 하지만 코미디라는 생각밖에는 안 듭니다. 여기에는 나보다 더 코미디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4년 동안 코미디 공부 많이 하고 갑니다."

아마 김흥국도 이주일처럼 의원 한 자리쯤을 원했었나 보다. "연예인 중 누가 많이 도와줬는지, 정치적으로 잘 맞는 연예인이 누구인지 살펴 비례 대표를 주든지 지역구를 주든지 해야 할 것 아니냐"고 한 김흥국의 노골적인 불평은 초라하고 구차하다.

그는 조목조목 섭섭함을 표했다. "자리나 공천을 떠나 대표나 최고위원 또는 국회의원이 공식 석상에서 '이번에 김흥국씨 정말 고생 많이 하셨다. 밥 한 끼 먹읍시다.' 이래야 하지 않는가." 뒷수습에 대한 불만 역시 컸다. '공중파든 종편이든 우파에 우호적 채널도 있는데 선거 끝난 후 아무도 돌아갈 자리를 주기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며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김흥국이 본업인 연예 활동에 집중하겠다고 의지를 밝힌 일은 남에게 호소하거나 남이 참견할 문제가 아니다. 꼭 화려한 방송무대가 아니라도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함께 노래할 때 가장 행복했다면 그렇게 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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