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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10.26 14:39:28
  • 최종수정2025.10.26 14:39:28

마선옥

한국장애경제인협회 충북지회장

와인은 기다림의 예술이다.

한 알의 포도가 햇빛과 바람을 견디며, 상처를 입고, 그 속에서 단맛과 쌉싸름함을 동시에 품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는 향처럼, 인간의 삶도 상처와 고통 속에서 숙성되어 간다. 장애를 가진 이들의 삶은 어쩌면 그 와인처럼 더 진한 향을 품고 있다.

장애는 단지 신체의 불편함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을 새롭게 해석하고, 다르게 느끼게 하는 또 하나의 감각이다. 하지만 세상은 종종 그 다름을 이해하지 못한 채 낙인을 찍는다. 와인을 병 속에 가두고 향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그 내면의 향기를 놓친다. 그러나 진정한 향은 코르크를 열고 천천히 숨을 섞을 때 비로소 피어난다. 장애 역시 마음의 문을 열고 함께 숨 쉴 때, 그 깊은 인간미가 전해진다.

나는 한쪽 팔 절단장애인이 된 이후, 삶의 의미를 다시 배우게 되었다.

아이를 안아주지 못해 울던 밤도 있었고, 세상이 나를 밀어내는 듯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 깨달았다. 상처가 나를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더 단단하게 숙성시켰다는 것을. 마치 상처 입은 포도일수록 더 향긋한 와인이 되듯, 인간의 아픔은 성장의 증거이자 향기의 근원이 된다.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면, 사회의 온도가 달라진다.

동정이나 시혜가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마음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인간다움이 익어간다. 와인은 혼자 마시는 술이 아니다. 누군가와 잔을 부딪치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에 와인은 비로소 완성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도 마찬가지다. 함께 웃고, 함께 고민하며, 서로의 향을 나눌 때 삶은 한층 더 깊어진다.

언젠가 한 학생이 내게 물었다.

"선생님, 장애가 생기면 인생이 끝나는 건가요?"

나는 잔잔히 웃으며 말했다.

"와인은 상처 난 포도에서 시작돼요. 싱싱한 포도는 그냥 과일로 끝나지만, 상처 입은 포도는 발효되어 더 향기로운 와인이 되죠."

그 학생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짧은 대화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사람의 마음도 발효될 수 있다는 것을. 아픔의 시간이 지나 향기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와인은 기다림 속에서 완성된다.

장애인의 삶도 기다림 속에서 빛을 낸다. 본인이 하고 있는 강의, 때때로 강연가로 활동하면서 느끼는 바이다.

서두르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며 숙성시킬 때, 세상은 그 향을 알아본다. 진정한 치유는 '없던 것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오늘 하루, 와인 한 잔을 들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내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숙성시키고 있는가.

내 옆 사람의 다름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가.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조금 더 따뜻한 인간이 되어간다.

상처를 품은 인생은 결코 불완전하지 않다. 그것은 단지, 더 향기로운 삶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잘 익은 포도알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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