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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10.21 16:36:33
  • 최종수정2025.10.21 16:36:33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크게 한 건 올렸다. 캄보디아 프놈펜에 감금됐던 한국인 청년 3명을 구출했다고 밝힌 것이다.

민주당이 꾸린 재외국민안전대책단장으로 캄보디아에 다녀온 김 최고위원은 '캄보디아에 감금됐던 경기도 남양주시 청년 정모군과 한국 청년 2명을 마침내 고국의 품으로 데려온다'며 '마치 첩보 영화를 찍는 심정으로 세 사람을 구했다'고 인질 구출 무용담을 뽐냈다.

그런데 그의 혁혁한 공로가 모두 정치쇼라는 논란이 분분하다. 캄보디아 교민들은 실제 구조는 현지 교민들이 조용히 진행해 온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틀 일정으로 방문해 교민 간담회에 얼굴도 비치지 않았던 김병주가 마치 자신이 구조작전을 지휘한 것처럼 법석을 떤다며 '부끄러운 줄 알라'는 것이 교민들의 입장이다.

김 최고위원이 구출했다며 공개한 사진 속의 한 청년도 피해자가 아니라 캄보디아 경찰에 의해 체포된 범죄용의자라는 주장이 있다. 교민들은 피해자가 아닌 문신이 선명한 범죄 용의자를 두고 좋은 그림 하나 만들겠다는 욕심으로 '영웅 프레임'을 짰다면서 김의원을 성토중이다.

캄보디아 경찰이 이미 체포한 범죄자를 자신이 구출한 불쌍한 청년으로 포장한 것이 사실이라면 김의원의 행태는 쇼맨십이 아닌 국민기만 행위다.

범죄자를 구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김병주 의원은 '일단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법적 책임은 추후에 묻는 것이 맞다'며 "한국에 '좋은 일자리'가 많았다면 한국 청년들이 캄보디아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어 정치인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했다.

'좋은 일자리'라는 말에 생각이 많아진다. 어떤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인가해서다. 청년 일자리 창출은 우리나라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고민이다.

벨기에도 청년고용프로그램(First Job Agreement)인 '로제타 플랜'을 시행한 바 있다. 가난한 소녀 '로제타'의 성장기를 다룬 제5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장작의 주인공 이름에서 따온 정책이다.

로제타는 일자리 구하기, 친구 만들기, 엄마와 행복하기 등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사는 것이 소원인 18세 소녀다. 그러나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일자리 얻기가 쉽지 않았다.

알코올 중독 상태인 어머니와 함께 이동식 트레일러에서 생활하는 로제타는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생계가 어려워지자 엄마와 동반자살을 하려 든다. 창문과 현관의 틈을 막고 침대에 누워 가스를 틀었으나 가스가 떨어져 자살계획은 실패한다.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엔 지나치게 가혹한 삶을 다룬 '로제타'는 사실주의 감독 '뤽 다르덴과 장 피에르 다르덴 형제'가 1999년 개봉한 벨기에와 프랑스의 합작 영화다.

벨기에는 십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로제타법을 노사 간 합의가 아닌 정부의 밀어붙이기로 2000년부터 시행했다. 고용을 강제하는 제도로, 50인 이상 사업장 고용주는 전체 근로자의 3%를 청년으로 채워야하는 의무 고용제도다.

EU 평균보다 높은 벨기에 청년실업률을 해결하기 위한 비상처방이었으나 성과는 좋지 않았다. 미숙련 청년 실업자에게 우선 고용기회를 부여하자 장기 실업자와 성인노동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발생했다. 계층 간 갈등이 불거져 사회적 논란이 일면서 로제타법은 폐기됐다.

로제타가 간절히 원했던 일자리와 지금 우리나라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는 눈높이가 다르다. 대한민국 최고의 일자리는 업무에 비해 높은 세비를 챙기는 국회의원이다. 캄보디아를 찾아간 청년들은 그런 일자리를 원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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