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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10.20 15:51:04
  • 최종수정2025.10.20 15:51:03

최한식

수필가

-자그마한 평범한 여인입니다. 몇 마디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요?

저요? 뭐, 별로 할 말이 없지만 좋을 대로 하시죠.

-혹시 자기소개를 해 주실 수 있는지요?

중국 전국시대 송나라에 살았던 여인입니다. 대충 2400여 년 전이지요.

-놀랍네요. 그런데 어떻게 한국을 방문하셨나요?

우리 같은 이들에게 시간과 거리는 의미가 없어요. 요즘 한국이 화제고 반짝이는 존재여서 찾아왔어요.

-선생 같은 분들도 현세의 소식을 아시나요?

존재 양식이 달라, 서로 겹치지 않으니 인식을 못할 뿐 한 공간, 같은 시간대에 머문다 할 수 있지요.

-들어도 잘 이해는 되지 않네요.

그럴 겁니다. 차원이 다르니 상상이 안 되지요. 경험하지 않으면 몰라요.

-같은 시대를 살던 우리가 알만한 이들이 있나요?

제 남편인 장자, 맹자가 살았고, 한국은 고조선 시대였지요. 서양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디오게네스 같은 이들이 살던 시대였어요.

-예? 그 유명한 장자의 부인이셨다고요?

지나고 보면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이 땅의 일들이었을 뿐이지요.

-바깥어른에 대해 몇 가지 여쭙겠습니다. 가장으로서는 어떤 분이셨나요.

민망한 얘기지만 경제에 있어서는 무능했지요. 초반 칠원리(漆園吏)를 할 때는 그럭저럭 지낼 만 했지만 그 후론 평생 경제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어요.

-그래도 어려울 때 짚신을 삼아 팔지 않았나요?

그걸 직업이라 할 수 있을까요? 오래 한 것도 아니었어요.

-그럼 고생깨나 하셨겠네요.

말로 다할 수 없지요. 내가 그분을 조금은 이해했으니 어쩔 수 없이 참고 참으며 견뎌냈지요.

-찾아오는 분들은 없었나요?

왜요. 제자 되겠다고 하는 분들과 친구 분들이 많았어요. 결코 적다 할 수 없었지요.

-자녀들 양육은 어떻게 하셨나요.

돈 들어갈 일을 최소화하고 웬만한 것은 몸으로 때웠지요, 하하하.

-바깥분의 경제관은 어떠셨나요.

많이 불편했지만 청빈을 지키려했고 자존심으로 버티는 것 같았어요. 한 번은 왕을 보러 갔는데 의복 때문에 망신을 당한 것 같더라고요. 그 지경에도 왕을 훈계했대요. 꼿꼿한 선비였어요. 사실 그걸로 버틴 거지요.

-그런 남편에게 푸념해 보신 적은 없으신가요?

없다면 거짓말이지요. 소용없다는 걸 알았지만 가족들이 많이 힘들었어요.

-높은 벼슬도 제의받으셨다면서요. 수락했으면 고생을 안 해도 되셨을 텐데 왜 거절하셨을까요?

그분은 타고난 자유인이었어요. 제약과 속박을 못 견뎌하셨어요. 권력과 명예의 구속을 받고 사느니 가난해도 자유롭길 원하셨어요.

-거절한 걸 들었을 때, 많이 아쉽고 원망스러우셨겠네요.

바깥양반 성질 머리를 아니까 그러리라 짐작했지요.

-바깥어른이 돈을 빌리러 갔다가 허탕 친 일도 있었나요?

벼슬하고 그런대로 사는 옛 친구에게 아쉬운 소리하러 갔다가 얼굴만 붉히고 빈손으로 왔지요. 그때도 자존심에 성질은 있어서 한 마디 해주고 왔다더라고요. 학철부어(-轍-魚)라나 뭐라나.

-이제 그 시절을 생각하면 어떻게 회상되시나요.

지나간 일들은 모두 그립고 아름답다고 하대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가난에 대해 선생님의 생각은 어떠세요?

무척 힘들고 불편하지요. 기본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늘 이 땅의 가난한 많은 이들에게 해 주실 말씀이 있을까요?

가난한 이들이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 것 같아요. 그래도 성실하고 부지런하면 최소한의 삶은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루하루 힘들게 사는 이들을 보고 살아야 할 것 같아요. 돈보다 의미 있는 일들에 마음을 두라고 하고 싶어요.

-그런 일이 있을까요?

나만의 목표 성취, 책에서 길 찾기, 작은 일에 감사하기, 지인들과의 따듯한 대화 같이 맘먹고 찾으면 많이 있지요. 현실 속에서 길을 찾는 거지요.

-긴 시간 고맙습니다. 추워지는 날씨에 우리 주눅 들지 말고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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