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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10.20 15:41:48
  • 최종수정2025.10.20 15:41:47

김경숙

(전)청주시평생학습관장

며칠째 이어진 비가 보름달을 가려버렸고, 하늘은 온통 잿빛 구름으로 덮여서 올 추석에는 달을 볼 수 없었다. 어릴 적 가족과 마당에 둘러앉아 달을 보며 소원을 빌던 풍경은 이제 마음속 사진처럼 남았다.

달이 뜨지 않은 명절의 밤은 낯설고 허전했다. 둥글게 떠오르던 그 환한 얼굴을 기다렸지만, 하늘은 굳게 닫힌 채 아무 말이 없었다. 긴 연휴 동안 무엇을 하고 지낼까 생각하다가, 문득 손자와 달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툰 솜씨로나마 고기를 재워 계란을 입혀 노랗게 동그랑땡을 만들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가족이 둘러앉아 웃고 떠드는 소리는 그 허전함을 조금 덜어주었다.

"할머니, 달 안 떠?" 무릎 위에 앉은 손자가 동그라미를 그리며 묻는다. 설렘 가득한 눈빛 속엔 순수한 기대가 담겨 있다. 나는 손자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러게, 달님처럼 생긴 노란 동그랑땡이 어디로 갔을까?" "할머니 내가 다 먹어서 요기 내 뱃속에 있어!" "그렇구나. 그래서 달님이 얼굴을 못 내미는가 보다" 내 말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손자의 얼굴이 참으로 순진하다. 옆에 있던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오늘은 구름이 많아서 달이 안 보이는 거야. 하지만 저 구름 너머엔 분명히 떠 있단다. 보이지 않아도, 달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 "응. 그렇구나. 달이 나랑 숨바꼭질하자고 구름 뒤에 숨었네." "꼭꼭, 숨어라."라며 장난스럽게 웃는다.

그 모습을 보니, 내 마음속에도 환한 달 하나가 떠올랐다. 아이의 웃음이 한가위 보름달처럼 마음을 밝히니, 눈앞의 근심과 피로가 씻기듯 사라졌다. 손자의 웃음은 나의 긴장된 두통을 치유하는 명약이었다.

자연의 섭리 속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올 1월 멀리 영주로 이사를 간, 손자가 그립다면 마음속 달을 떠올리며 미소 지으면 된다. 그러면 늘 살아갈 힘이 솟을 것이다.

비가 자주 내리니 농부 얼굴에는 어둠이 짙어간다. 수확을 앞둔 농산물이 큰 걱정이다. 추석명절 물가에 놀란 사람들도 맑은 하늘이 그립다. 사람들의 표정은 무겁고, 한숨이 잦다. 경기 침체와 불안한 물가에 일상은 어둡게 그늘을 드리운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묵묵히 꿈을 키워가는 사람들이 있다. 새벽 첫차에 몸을 싣고, 퇴근 후 조용히 책상 앞에 앉아 희망을 다듬는 사람들. 그들의 꿈도 지금은 보이지 않는 달처럼 어둠에 가려져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구름이 걷히는 날이 오면, 그 꿈 역시 세상 밖으로 빛을 드러낼 것이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달처럼, 꺼지지 않는 믿음이 우리 삶을 버티게 한다. 삶이 버겁더라도, 이 계절만큼은 잠시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면의 빛을 떠올려보면 좋겠다. 매일의 고단함이 꿈을 향한 걸음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달은 비록 구름에 가려졌지만, 그 빛은 여전히 내 안에서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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