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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란

수필가

부부에 대한 TV 프로를 보며 생각해 본다. 부부란 무얼까. 시쳇말로 지지고 볶고 울고불고 온갖 희.노.애.락을 함께하는 합법적 의무적 관계일 테다. 그런 의미에서 '부부'는 상호의지로 맺어지는 관계이므로 축복일 경우 그 사랑은 넓어지지만, 소통이 되지 않을 경우는 자칫 재앙으로 변할 수 있는 예측불허의 관계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예측불허의 관계를 가르는 기본은 무얼까.

부부의 모습을 그린 작품들이 미술사에도 많다. 그중에서도 상반된 느낌을 주는 두 장의 그림이 있다. 두 그림에 남녀는 서로를 마주 보고 대화하지는 않아 보인다. 먼저 노르웨이 화가 리카르도 베르그(1858-1919)가 그린 '북유럽의 여름 저녁'이다. 제목에 적시하지 않았지만 부부로 판단되는 이유는 두 사람의 자세와 시선 때문이다. 남자는 팔짱을 낀 채 짝다리를 하고 있고 여자는 뒷짐을 지고 어깨와 가슴을 한껏 펴고 있다. 마주 보기는커녕 둘 다 시선을 멀리 두고 있으니 이는 의견 차이와 갈등이 시작된 부부가 벌이는 전형적인 모습일 뿐, 사랑을 나누거나 '썸'타는 태도로 보기 어렵다.

또 다른 부부의 모습은 1912년 앙리 마티스(1869-1954)가 그린의 '대화'라는 작품이다. 역시 색이 먼저 확 들어온다. 남자와 여자가 마주 보고 있다. 남자는 서 있고 여자는 앉아 있다. 남자는 파자마 같은 줄무늬 옷을, 여자는 검정 홈드레스를 입었다. 표정의 묘사로 볼 때 대화라기보다는 대결 같다. 두 사람의 자세도 도전적이다. 두 사람 사이 놓인 창밖의 풍경은 아늑하고 싱그럽고 대화 분위기를 고조시키지만 어쩐지 영역에 대한 경계처럼 느껴진다. 왜냐면 창밖 오른쪽의 파란색은 집안 파란색 벽지와 바로 이어져 오히려 폐쇄감을 높인다. 다만, 먼저 소개한 '여름 저녁'과 달리, 이 둘은 시선을 맞추고 있다. 둘의 대화가 그다지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서 있는 남자가 곧 다가설 것 같기도 하다.

갈등이나 반목은 어느 사회에서든 흔한 일이다. 숙제는 그것을 어떻게 푸는가 하는 점이지 왜 생겼는가를 따지는 일이 아니다. 여름 저녁을 보자 다행히 강에 작은 배가 한 척있다. 발코니를 벗어나 그 배를 타고 저녁 바람을 맞으며 대화하라는 신호로 읽힌다. 문제는 누가 먼저 배를 타자고 제안하는가 하는 점이다. 아무도 안 한다면 다음엔 필시 등을 지고 설 수도 있다. 그만큼 부부란 이름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즉, 부부라 서로를 칭하는 단어로 배우자(配偶者)가 있다. 배우자에서 우(偶)는 짝이라는 뜻 이외에 허수아비라는 의미도 있다. 이 부부도 시선을 맞추고 웃으면 계속 '짝'으로 남을 것이고 등을 진다면 서로에게 '허수아비'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자를 보느냐 다른 곳을 보느냐는 중요한 포인트다. 그러니까 두 작품의 차이는 두 사람의 시선이다. 또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말의 품격이지만 거리도 중요한 척도다, 너무 다가가도 좋지 않다. 조금 멀어도 허공이 된다. 적정한 거리는 말을 나누는 당사자가 제일 잘 안다, 그림으로 봐서는 대화라는 작품의 남녀가 여름밤의 남녀보다 빨리 가까워질 수 있겠다 싶다. 그러나 확정된 예단은 금물 그만큼 부부 사이는 당사자들만 알뿐.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덕목은 대화한다는 그 자체다. 말을 건네지 않는 부부나 가족이 적지 않다. 이 그림을 통해 돌아본다. 젊은 날의 내 모습은 어땠던가.

돌아보면 나 역시 상대의 눈을 보지 않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마치 그게 상대에게 내 의사를 전하려 했던 방식이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얼마나 미련한 착각이던가. 시간이 지나고 어느 날, 감정을 가라앉힌 식탁에서 서로를 마주 보면서 "이게 얼마 만이지?이렇게 마주 보고 얘기하는 게". 그림의 두 부부는 우리에게 말한다. 진심으로 대화를 원한다면 일단 상대의 눈을 보고 말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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