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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10.16 15:14:12
  • 최종수정2025.10.16 18:09:36

정익현

건축사

요즘 사법개혁에 따른 '사법권의 독립'에 대해 말들이 많다. 정치가 사법의 영역을 침해했다, 사법부가 정치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헌법 정신의 하나인 국가 권력 간의 '견제와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헌법은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최고의 법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1948년 제정 이후 9차례 개정을 했다. 8차례 개정을 하는 동안 헌법은 권력자의 입맛에 따라 오점(汚點)으로 얼룩졌다. 그러다가 1987년 6월 민주 항쟁의 결과로 오늘날 헌법이 완성되었다. 현행 헌법이 40년 가까이 유지되다 보니, 시대의 요구를 담아낼 새로운 헌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헌법은 제5장에서 법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제101조 ①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 제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그리고 제106조는 법관의 신분보장에 대한 것인데 법관을 파면할 수 있는 경우는 딱 두 가지뿐이다. 국회·헌법재판소에 의한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이다. 과거 독재 정권에 의해 법관의 독립이 훼손됐던 쓰라린 경험이 현행 헌법에서 입법부조차 사법부를 견제하기 어렵게 만들어 스스로를 묶게 되는 우(愚)를 범하지 않았나 싶다.

헌법에서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재판과 절차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국가권력의 남용을 견제하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로지 헌법과 법률, 그리고 법관의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해야 된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은 얼마 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법부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기관이다. 사법부의 판결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불편하게 할 수 있지만 그 자체는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서 '다만 그 판결이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을 때는 제도 개선을 할 수 있고, 법원은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권리와 의무'를 명백히 한 것이다. 헌법에서 권리를 보장받았으면 의무 또한 충실히 이행하라는 말이다.

서울 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 게시판 글에 대법원장을 향하여 '현재 국민들로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을 해소해야 사법권의 훼손을 막을 수 있다. 우리에게는 사법권의 독립이라는 권한이 있는 게 아니라 사법권의 독립을 지켜야 할 사명과 책무가 있다는 점을 깊이 유념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일갈(一喝) 했다. 논란이란 다름 아닌 '정치적인 중립이 훼손돼 재판의 공정성에 의심이 간다'는 세간(世間)의 사법부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이렇게 어려운 일에 봉착하면 그 분야의 사표(師表)가 되는 선각자가 문득 그리워진다. 바로 '가인(街人) 김병로' 선생이다. 선생은 1948년부터 초대, 2대 대법원장을 지냈다. 이승만 정권의 권력 앞에 굴하지 않고 법과 정의를 지킨 선생은 한국의 사법 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또 '법관은 국민으로부터 의심을 받게 된다면 최대의 명예 손상이 될 것이다'라며 법관으로서의 올바른 처신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후임 대법원장 몇 명은 독재 정권의 압력에 굴복하여 사법부의 독립을 크게 훼손시켰다.

인간사 모든 영역을 법으로 재단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세상만사를 법과 규정으로만 해결하려 드는 사람들이 있다. 온갖 '법 기술'을 자랑하는 사람들 때문에 국민은 피곤하다. 국민들은 법을 잘 모른다. 법 이전에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프랑스 소설가 '폴 부르제'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지금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살고 있는가, 사는 대로 생각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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