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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10.12 13:25:19
  • 최종수정2025.10.12 13:25:19

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카메라를 들고 동해로 향했다. 하늘은 유리처럼 맑았고, 바다는 그 유리 아래서 서늘하게 반짝였다. 너울너울 도로까지 넘어오는 바닷물과 바닷가 공기는 짠맛보다 묘한 긴장감을 주고 있었다. 셔터를 누르려는 순간, 문득 멈췄다. 렌즈 너머 풍경이 필자를 응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 카메라를 잡았을 때는 세상을 '담아오는 사람'이었다. 바라보는 자, 포착하고 포획하는 자, 의미를 부여하는 자. 그러나 어느 날부턴가 그 시선이 필자를 향해 되돌아오는 걸 느꼈다. 방파제 끝 빨간 등대는 다가갈수록 더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셔터를 누르지 못하고 한참 서 있었다. 그때 정적은 단순한 침묵이 아니었다. 그것은 필자가 세계를 본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세계가 필자를 '보고 있다'는 자각을 하는 순간이었다.

며칠 전 사진전에서 만난 사진작가가 말했다. "당신은 피사체를 잡는 게 아니라, 피사체에게 잡히는 사람이군요" 이 말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그날 이후, 바다를 바라볼 때마다 "피사체에게 잡히는 사람이군요"라는 말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게 됐다. 렌즈를 통해 사물을 보는 순간, 필자는 더 이상 지배자가 아니다. 종종 파도 리듬에 휘말리고, 불어오는 바람 숨결과 냄새에 휩쓸려 존재 자체가 사라지고 마는 경험을 하곤 한다. 응시하는 권력은 해체되고, 남는 건 오직 '서로 바라봄'만 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을 '되돌아보는 시간'이라 부르기로 했다. 대학 시절, 미학 강의에서 '응시와 권력'에 대해 처음 배웠다. 바라본다는 행위는 대상을 객체화하고, 결국 그 관계는 지배와 피지배 구조로 나타난다는 이론이었다. '응시와 권력' 이론이 흥미로웠지만, 어딘가 공허했다. 그런데 어느 날, 병원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던 어머니 시선을 보고 그 이론이 새롭게 다가왔다.

어머니 시선은 필자를 평가하거나 규정하지 않았다. 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말없이, 그러나 온 존재로. 그 응시는 침묵에 의한 지배가 아니라, 사랑과 참여였다. 그때 처음으로 '응시가 구원일 수 있구나'하고 느꼈다.

바다는 어머니 눈빛과 닮았다. 끊임없이 움직이면서도 모든 것을 품고, 늘 변화하면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해가 질 무렵, 붉게 번지는 수평선을 보며 생각했다. "응시가 가지고 있는 본질은 어쩌면 사랑일지도 모른다" 타자를 대상화하는 시선이 아니라, 함께 흔들리고, 함께 반응하는 관계. 그것이 서로 바라보는 가장 근원적인 방식 아닐까·

한 번은 사진을 촬영하던 중, 파도가 발끝까지 다가와 신발을 적셨다. 순간적으로 몸을 피하려다 멈췄다. 물이 빠져나가며 모래 위에 남겨진 발자국을 보았다. 하지만 모래에 새겨진 발자국 흔적은 금세 지워졌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응시 세계에서는 '나'조차 영원한 주체가 아니다. 다만, 잠시 스쳐 가는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그 스침 속에서 분명 살아 있었다.

집에 돌아와 사진을 컴퓨터에 옮길 때마다 바다가 보내는 눈빛을 다시 만난다. 카메라 안에 갇힌 풍경이 아니라, 필자를 다시 바라보는 바다가 보내오는 표정이 있다. 그것은 말없이 묻는다. "너는 지금도 너 자신을 보고 있니?"라는 질문 앞에 잠시 멈춘다. 응시란 결국 '나를 향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타자 시선이 아니라, 필자 내면이 필자를 비추는 순간, 다시 주체로 돌아온다. 그때 필자는 더 이상 '사물을 담아오는 자'도 '보이는 자'도 아니다. 단지 함께 살아 있는 존재일 뿐이다.

파도와 햇살, 그리고 카메라를 든 필자. 모두가 서로 응시하며, 존재 무대 위에서 잠깐이지만 진실로 함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짧은 응시 교환 속에서, 힘을 내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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