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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수필가

코스모스를 본 것은 오솔길 초입이었다. 가을을 끼고 돌아가는데 함빡 어우러진 풍경에 반했다. 가을은 역시 코스모스 계절이구나 싶어 달려갔더니 세상에나, 허물어진 논둑이었다.

며칠 전 가을장마가 지나갔다. 사흘을 주야장천 퍼붓더니 냇가에서 벌창한 물이 산사태처럼 밀려왔다. 논둑이 뭉텅 떨어져 나갔다. 추수를 앞둔 벼가 쓰러지고 코스모스 언덕이 포크레인으로 떠낸 것처럼 푹 파였다. 그대로 결딴날 줄 알았는데 홍역을 치르고도 필 줄은 몰랐다.

수많은 꽃잎이 바람에 한들거린다. 진달래처럼 붉은 이파리 한 장 따서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가슴이 문득 짠했다. 꽃이 필 때는 언제나 비바람이었다. 그래서 더 ㅁ예쁜 꽃이라고 생각해 왔지만, 올해는 가을장마가 길었다.

무너진 흙더미 속에서도 예쁘게 피어난 배경은 뭘까. 어떤 경우든 꽃 피울 일만 생각했으리. 포기한 동무도 있었을 텐데 가장 큰 승리는 넘어질 때마다 일어나는 그것이었다. 훌륭한 사람은 고난의 파도에 뜨는 무지개를 볼 줄 안다.

가장 큰 절망이 가장 높은 소망을 새긴다. 고단한 누군가는 또 코스모스를 보면서 소망의 물꼬를 트게 될 수도 있으려니. 고난을 향해 선전포고할 수 있으면 성공한 사람이다. 세상 어떤 고난도 내일을 꿈꾸는 사람들의 소망은 허물지 못했을 거다.

고난의 날들에도 깔축없이 견딜 때야말로 인생 최고의 기적이 나온다. 코스모스 또한 그렇게 내일을 꿈꾸었다면 어기찬 날들이 될 수밖에 없다. 장마가 끝나고 딱딱하게 굳어버린 땅이지만 힘든 만큼 예쁘게 피어날 테니.

자동차라도 만나면 비켜줘야 할 만치 좁은 길에서 가을 서정이 물씬 풍긴다. 꽃이라야 냉이꽃 아니면 민들레와 달맞이꽃뿐이지만 코스모스 필 때만큼은 가을 축제에 온 듯 설렜다. 피고자 하면 어디서나 피지만 흙더미일 줄은 몰랐다.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인생 찬가도 서곡은 불행이었으니까.

따사로운 볕이 들판을 비춘다. 풀벌레 소리와 함께 금물결 위로 고추잠자리가 참으로 곱다. 황금벌 날아드는 고추잠자리도 예쁘고 바람까지 살랑대면 풀벌레 노래도 최고조에 이른다. 가을이면 보는 풍경인데 궂은 날씨를 견디고 핀 코스모스 때문인지 감회가 새롭다.

아름다운 꽃에 곡절이 수반되면 또 다른 소망으로 핀다. 고난이 많을수록 영광도 크다. 코스모스가 뿌리박은 곳도 기껏 두 마장 거리에 자갈투성이 언덕이다. 보이는 거라곤 드세 빠진 잡초와 야생화뿐이다. 그런데도 여름에는 진초록 다님길에 억새가 필 때는 가을 느낌으로 아련했던 추억의 그 길.

눈앞의 가을도 여름내 수고와 땀의 결정체였다. 잡초로 뒤덮인 언덕이지만 패랭이꽃 구절초도 어우러질 테니 미쁘다. 고통 뒤의 즐거움은 입에 쓴 양약처럼 우리 마음도 윤택해진다. 인생의 진실도 고난이었다. 한때는 악몽이었다 해도 고비를 넘기면서 나름 추억으로 바꾸는 것이다.

코스모스를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그렇더라도 피기까지의 고통을 읽어야 하리. 인생 또한 고난의 걸림돌이 디딤돌로 등장하는 그 순간부터이다. 힘들지언정 극복하고 견디면서 네일을 꿈꾸는 것이다. 나약하면서도 강인한 코스모스를 보면서 깨우친 인생 덕목이었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를 배반하지 않을 소망의 저력을 숙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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