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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가영

충북도교육청 정무비서관·전 기자

명절이 지나고도 한동안, '제보'라는 단어가 공기를 흔들었다. 익숙한 장면이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녹취록이라 부르고, 그것을 진실이라 포장해 내민다.

하지만 말의 무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말이 세상에 나온 과정이다. 합법과 불법, 공익과 사익의 경계가 흔들릴 때, 제보는 때로 달콤한 사탕처럼 포장되어 있다. 그러나 그 달콤함 뒤에는 언제나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사람의 말을 엿듣고 그것을 흩뿌리는 일은 결코 용기가 아니다. 그것은 진실의 일부를 빌려 타인을 흔드는 기술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런 일이 한 번의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거 없는 추측과 과장된 '카더라'가 반복될수록, 공론장은 조금씩 병들어간다. 말의 가치는 줄고, 불신의 벽은 높아진다.

한때는 기자였고, 지금은 정무의 언어를 다루는 자리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균형을 고민한다. 그 자리에서 본 정치의 언어는 때로 설득의 도구가 아니라 의심의 무기가 된다.

예전에 내게 온 제보는 공익의 이름을 걸고 있었지만, 나중에 드러난 건 복수의 감정이었다. 제보자는 피해자의 동생이었고, 정의라 믿었던 말은 결국 누군가의 칼이 되어 돌아왔다. 그 일을 겪고 나서야, 나는 제보의 달콤함이 얼마나 쉽게 씁쓸함으로 변하는지 알게 되었다.

확인되지 않은 말이 연단 위에서 쇼로 바뀌고, 그 메아리가 지역의 신뢰를 갉아먹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말이 권력이 되는 순간, 진실은 뒷전으로 밀린다. 권력을 등에 업고 내뱉은 수많은 말, 말, 말은 고소와 고발을 낳기도 하지만, 비판과 감시의 명분을 내세워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기도 한다. 때론 '카더라식' 주장을, 팩트를 내세워 따박따박 따지고 싶은 마음이 치밀어 오른다. 그러나 그 마음을 붙잡고 들었다 놓기를 반복한다. 그런 내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본 친구가 보내준 책의 한 구절이 있다.

"절대로 돼지랑 씨름을 벌여선 안 됩니다. 둘 다 진흙탕에서 뒹굴게 되더라도 돼지는 그렇게 되는 걸 아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 문장을 읽고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진흙탕 속에서는 아무도 승자라고 말하지 못한다. 결국에는 진흙 범벅인 서로의 흉터만 남을 뿐이란 걸, 너무 단순하지만 잊기 쉬운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정치의 언어는 공익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누군가를 겨누는 도구로 변질되고 있다.

'제보'라는 이름의 방패 뒤에 숨은 의도는 종종 공익이 아니라 정치적 계산이다. 그 순간, 제보는 정의의 도구가 아니라 권력의 장식품이 된다.

정치는 말로 움직이고, 말로 무너진다. 그래서 정치인은 말의 윤리 앞에서 가장 단호해야 한다. 허위와 왜곡이 아무렇지 않게 유통되는 시대일수록, 진실은 더 천천히, 그러나 단단히 자라야 한다.

쓴 사탕을 삼키며 다시 묻는다. 우리가 세우려는 것은 신뢰인가, 아니면 소음인가. 우리 모두의 말이 먼저 스스로를 돌아볼 때, 제보는 무기가 아니라 길이 된다. 제보가 세상을 바꾸는 길이 되려면, 그 출발점이 '선의'였는지를 먼저 돌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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