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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비 바리의 교훈: 초정 발전, 해법은 공공관리다

  • 웹출고시간2025.10.01 15:58:37
  • 최종수정2025.10.01 15:58:37

원광희

청주시정연구원장

체코의 카를로비 바리는 온천 도시의 대명사다. 황제 카를 4세가 사냥 중 발견한 온천을 요양에 활용한 이후, 왕실의 보호와 지방정부의 치밀한 관리 속에서 치유를 넘어 도시의 역사·문화 정체성을 형성했다. 괴테·베토벤·도스토예프스키가 남긴 발자취는 이곳을 예술과 치유가 어우러진 세계적 명소로 만들었다. 그 핵심에는 자원의 이용과 보존을 지방정부가 제도화해 공공성과 투명성을 정착시킨 점이 있다. 이러한 제도적 관리와 공공성의 성취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카를로비 바리는 '유럽의 위대한 스파 타운(The Great Spa Towns of Europe)'이라는 이름으로 202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세계 3대 광천수로 불리는 초정(椒井)은 세종대왕의 안질 치료와 집현전 학자들의 요양 기록이 전해지는 자랑스러운 유산이다. 초정은 그 이름처럼 '약초(椒)가 솟는 샘(井)'을 뜻해 예로부터 치유와 회복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초정의 샘물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왕실의 건강과 지적 교류를 떠받친 원천이었다. 이를 계승하려는 노력으로 초정행궁과 초정치유마을이 조성되고,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가 매년 열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 초정의 위상은 그 이름값에 미치지 못한다. 초정이 가진 온천수·탄산수·약수라는 세 가지 자원은 각기 효능과 역사를 지니며, 함께 묶일 때 강력한 도시브랜드가 된다.

그럼에도 지난 40여 년간 초정은 성장보다 정체와 쇠락이 두드러졌다. 시설은 낡았고 자원 활용은 민간에 치우쳐 공공성과 투명성의 제도화가 미흡했다. 역사 서사는 지역 축제의 일회성 소재로 소비되었고, 초정의 정체성은 "탄산음료 원료 산지"로 축소됐다. 차이는 관리 체계에서 비롯된다. 카를로비 바리가 지방정부 주도의 공공관리로 자원을 보존·운영해 온 것과 달리, 초정은 민간 중심 구조 속에서 공공적 가치가 뒷전으로 밀렸다. 이대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해답은 분명하다. 초정의 광천수를 문화유산으로 보전하기 위해, 광천수 자체를 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지방정부가 관리 주체로 나서야 한다. 국내에도 본보기는 있다. 충주 수안보는 원탕을 시가 직접 관리해 특정 기업의 독점과 과잉 상업화를 막았고, 그 결과 온천문화축제와 치유관광이 꾸준히 이어져 지역경제에 활력을 더했다. 초정도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 공공은 초정행궁·초정치유마을을 넘어 족욕장·시음장·치료동 등 핵심 기반시설을 직접 운영하고, 민간은 숙박·웰니스 프로그램 등 특화 서비스로 참여하는 혼합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제도화하면 공공성과 경쟁력을 함께 살릴 수 있다. 더 나아가 광천수 보전을 위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지정도 검토할 만하다. 명소화 전략은 역사·문화·치유의 세 축으로 설계해야 한다. 역사 영역에서는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의 요양 이야기를 상설 전시, 야간 공연, 답사 코스로 풀어 방문객이 체험하게 해야 한다. 문화 영역에서는 카를로비 바리가 국제영화제로 도시 브랜드를 강화했듯, 초정도 탄산수와 물을 주제로 한 국제 축제와 웰빙 콘퍼런스를 열어 학문적 가치를 높여야 한다. 치유 영역에서는 대학·병원이 협력해 초정 3대 광천수의 의학적 효능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이를 기반으로 웰니스프로그램을 상품화해야 한다.

정책 방향은 뚜렷하다. 첫째, 초정 광천수에 대한 법적 관리 체계를 마련해 수원 보전, 채취·유통 총량제, 품질 기준, 경관 규제를 제도화해야 한다. 둘째, 공영 관리기구를 설립해 모니터링·인증·환원기금을 일원화해야 한다. 카를로비 바리는 지역정부가 설립한 ILaB를 통해 온천·발네올로지 연구를 상시로 수행하며(수질·자원 조사, 임상·적응증 연구, 표준·가이드 개발), 연구 성과를 행정의 관리·인증 체계와 긴밀히 연결해 왔다. 초정 역시 공영 관리기구를 통해 ① 수원·수질 상시 모니터링과 공개 ②의학적 효능의 근거 연구와 프로그램 인증 ③공동상표·지리적표시의 과학적 기준 운영 ④대학·병원·기업과의 개방형 연구 플랫폼을 추진해야 한다. 민간은 서비스 품질 경쟁을, 공공은 원수(原水)·서사·표준의 책임 관리를 맡는 역할이 분명해질 수 있다. 셋째, 공동상표·지리적 표시·품질인증제를 도입해 민간은 품질과 서비스로 경쟁하되 원수의 가치와 서사는 공공이 책임있게 관리해야 한다.

초정의 회복은 새로운 자원을 찾는 일이 아니다. 이미 가진 자원을 공공의 손으로 되돌리고, 역사와 문화를 촘촘히 엮어내는 일이다. 카를로비 바리의 지방정부 주도 관리와 수안보의 시 직접 관리 사례는 초정이 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제 결단할 때다. 초정 광천수를 공공재로 재정의하고, 살아 있는 역사적 스토리텔링을 구현할 때, 초정은 치유와 문화가 공존하는 세계적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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