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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 현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수련기획실장

우리 수련원에 오시는 분들은 특별한 경험을 하여 많은 감동을 받고 간다는 말을 참 많이 듣는다. 프로그램은 물론이려니와 오시는 분들에 대한 마중과 배웅의 남다름 때문이다.

첫날 수련원에 오신 분들을 위해 본부 직원과 지도위원들은 공수자세로 수련원 마당에 들어오는 버스를 마중 한다. 버스가 정차하자마자 지도위원들은 곧 올라가서 예의바른 자세로 절제된 안내로 맞이한다. 버스에서 내린 수련생들은 자연스레 줄지어 선 우리 수련원 식구들의 정중한 마중을 받는데 이런 모습에 대부분 놀라거나 송구해 하면서 수련원 건물로 들어온다.

수련 과정을 마치고 수련원을 떠날 때는 마중 때보다 더 뜨겁고 정담은 배웅을 받는다. 이사장 이하 직원과 수련동안 안내를 담당했던 지도위원들은 버스가 수련원 주차장을 출발하여 퇴계 종택 마당으로 좌회전하여 안 보이는 150m 정도의 시간을 일렬로 줄을 맞추어 서곤 두 손을 흔들어 주며 작별의 아쉬움을 나타낸다. 짙게 선팅을 한 차라 안 보일지라도 버스 기사는 물론이고 앞좌석에 앉은 인솔자부터 수련생들이 모두 몸을 숙여 답례 인사를 한다. 어떤 때는 버스 기사가 다시 내려 강장제나 사탕을 주고 가기도 한다. 수련 참가했던 학생이 지도위원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거나 포옹하고 가기도 하며 버스 뒤쪽 창을 열어 팔을 밖으로 내고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한다. 수련생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사람을 존중하여 대해야 한다'는 퇴계선생의 가르침 때문이다. 퇴계선생은 60대 상노인이신데도 손님이 오면 도산서당 유정문 아래까지 내려가 맞이하는데 어느 누가 와도 그렇게 하셨다.

생각해보니 노선생 가르침을 알기 전에 그리 한 적이 있었다. 장학사 때 서청주 IC까지 교육청에 온 감사 관계자들을 배웅해 드렸다. 교육청에서부터 톨게이트까지 뒤차가 잘 따라오나 신경을 쓰고, 혹 뒤차가 신호에 걸리면 갓길에 주차한 뒤 비상등 켜고 기다리며 성심껏 에스코트를 하여 감사관들이 감동했단다. 고속도로 들어서는 차를 보면서 잘 마쳤다는 마음으로 후련히 뒤돌아서려니 같이 간 장학관이 한 소리 한다. 그대로 서서 차가 안 보일 때까지 손을 들어주라는 거다. 그 경험 때문인지 수련원에서 떠나는 버스를 향해 손 흔들어주는 것 정도야 지극히 편하게 한다.

이제 더 큼지막하고 어려운 배웅은 무엇일까. 중학교 2학년 때 할머니께서 이른 봄의 감기를 못 이기고 돌아가셨다. 산소로 장사지내기 전날 저녁에 둘째 아들인 선친의 집으로 촛불 켠 빈 상여가 오는데 상여 뒤에 따라 오며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들썩이면서 오열하시던 선친의 모습이 너무나 가련해 보여 뒤에서 같이 울었더랬다. 선친께서는 생후 몇 개월 되어 아버지를 여위고는 집안 어른께 쫓겨 할 수 없이 재가하러 집을 떠나는 어머니를 울면서 동구 밖까지 따라 가셨다던데, 이제 늙은 몸을 두 아들과 함께 하려 오랜만에 돌아왔거늘 얼마 모시지도 못하고 저 세상으로 배웅해 드리려니 상심은 얼마나 크셨을까. 날이 갈수록 약해지시는 구순 노모를 머지않은 날 보내드리게 되면 나도 그리 흐느껴 울겠지. 이를 본 우리 딸아이들도 그 언젠가 나를 배웅할 때는 그리 흐느껴 울겠지.

요즘은 휴일 수련생이 있어 어머님 계신 시골 고향은 커녕 청주 집에도 매주 못가는 때가 많다. 모처럼 고향에 들러서 어머님 모시고 식사를 마치고 집에 모셔드리고 올 때면 차 떠나자마자 곧바로 집으로 들어가시던 분이 아스라해질 때까지 문밖에 서 계신다. 그 모습을 룸미러로 보자니 절로 나오는 눈물을 가로로 훔치게 된다.

살아 있는 사람은 언젠가 다시 만난다는 희망으로 이별도 무덤덤하지만 오래 이별해야 하는 어머님 배웅은 그렇게 다지고 다지고 있지만 아직도 자신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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