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3.7℃
  • 맑음강릉 8.8℃
  • 맑음서울 3.8℃
  • 맑음충주 6.0℃
  • 맑음서산 6.8℃
  • 맑음청주 7.3℃
  • 맑음대전 7.9℃
  • 맑음추풍령 5.9℃
  • 구름조금대구 8.1℃
  • 구름많음울산 8.1℃
  • 맑음광주 9.4℃
  • 흐림부산 9.7℃
  • 맑음고창 8.6℃
  • 맑음홍성(예) 7.3℃
  • 구름조금제주 13.4℃
  • 맑음고산 11.1℃
  • 맑음강화 3.8℃
  • 맑음제천 5.2℃
  • 맑음보은 6.7℃
  • 맑음천안 6.4℃
  • 맑음보령 8.9℃
  • 맑음부여 8.3℃
  • 맑음금산 7.2℃
  • 맑음강진군 9.5℃
  • 구름많음경주시 8.1℃
  • 구름많음거제 9.7℃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5.09.25 15:28:11
  • 최종수정2025.09.25 15:28:37

최승옥

음성문인협회 회원

택배가 없는 토요일은 공휴일이다. 모처럼 이웃 동네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지인과 통화를 했다. 당도는 어떤지, 출하는 잘 되고 있는지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통화가 길었나 보다. 전화를 끊고 난 후 화면을 보니 부재중전화가 여럿이다. 제일 많이 한 사람이 남편이다. 급한 일인 듯싶어 단축번호를 눌렀다. 받자마자 지금 우리 밭에 도둑이 들었다며 빨리 오라고 한다.

헐떡이며 밭에 도착하니 건장한 젊은이들이 복숭아를 따고 있다. 그 옆에서 남편은 누구 허락받고 남의 밭에 들어왔냐며 고함을 쳤다. 최초 목격자인 이웃 동생은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영상으로 찍으며 남의 복숭아 그만 따고 나오라고 소리친다. 그럼에도 그들은 들은 척도 안 한다. 복숭아는 삼발이 손수레에 가득 찼고 다른 상자를 가져와 채우기도, 윗옷에도 감싸 안았다. 이웃동생은 그들 앞으로 바짝 다가가 이제 주인이 도착할거라 하니 그제야 하던 일을 멈춘다. 살다 살다 이렇게 낯짝 두꺼운 젊은이들은 처음 보았다.

할 짓이 없어 도둑질하느냐 고함을 치니, 그들은 밭주인이 복숭아를 따 가라고 해서 들어왔을 뿐이라고 했다. 주인 이름과 전화번호를 대라고 했다. 우리 밭 바로 옆의 복숭아밭 주인 번호를 알려준다. 밭주인에게 전화했다.

"남의 밭에 들어와 복숭아를 따는 이들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이에요?" 묻자, 옆집 주인은 더 가관이었다. 그들을 함부로 대해선 안 된단다.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인데 건드리면 큰일이 난다며, 복숭아 대금은 본인한테 청구하란다. 주인도 객도 철판을 깐 행실과 우리에게 엄포를 놓는 것에 부아가 솟았다. 농부라고 하찮게 보는 것인지 어안이 벙벙하기까지 했다. 도둑을 신고 안 하면 누구를 고발해야 하는지 경찰을 부르려 전화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그때다. 갑자기 그들이 잘못했다고 말을 했다. 뒤늦게야 판단이 섰나 보다.

옆집은 서울에 거주하며 어설프게 복숭아 농사를 짓는다. 해마다 여름이면 휴식을 찾는 이들에게 농촌 체험을 해 왔다. 오늘은 세 가족이 복숭아 따기를 하는 거라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남의 밭이라면 우리가 이렇게까지 따라다니며 고함을 쳤겠는가. 더군다나 동영상을 찍으며 나오라고 소리까지 지르진 않는다. 도랑을 건너 남의 밭까지 침입하는 것도, 그 집 나무에는 봉지 하나 매달려 있지 않거늘 무슨 농촌 체험이란 말인가.

복숭아를 수확하기까지 농부는 애면글면하며 지은 농사다. 하루아침에 거둬드리려 한 심보가 괘씸해 경찰을 부를까도 했다. 그런데 잘못했다고도 하고 무엇보다 아들 또래이기도 해서 한번 넘어가 주기로 봐줬다. 흙을 만지는 우리네는 왜 매정하지 못할까?

끝내 복숭아 값만 받기로 하고 돌려보냈다. 낯짝이 두꺼운 그들의 행동과 밭주인의 말이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 화가 가라앉지 않지만, 이웃 동생이 복숭아밭이 떠나도록 도둑들의 행동을 나무라는 것에 큰 위안을 얻는다. 어느새 굴곡진 하루의 저녁 해가 넘어가고 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