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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9.22 15:56:59
  • 최종수정2025.09.24 17:43:39

이한솔

프로덕트스토리지 대표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외곽, 아민 바자르 매립지에는 매일 6천t이 넘는 쓰레기가 쌓인다. '아민 바자르 쓰레기산'은 이제 도시의 풍경이라기보다 현대 산업문명의 그림자에 가깝다. 매일 엄청난 규모의 쓰레기가 이곳으로 몰려들며, 15층 건물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산을 형성했다. 비가 많이 오는 우기에는 쓰레기산 내부에서 발생한 메탄가스가 폭발하거나 산사태가 일어나 주변 주민들이 희생되기도 한다. 그곳에는 여전히 생계를 위해 플라스틱 조각이나 옷 조각을 주워 모으는 이들이 있으며 이중 어린 아이들도 많다. 다카는 세계 의류 수출의 중심지이자, 동시에 버려진 옷의 종착지이다.

방글라데시는 세계 2위 의류 수출국이다. H&M, ZARA, GAP 등 글로벌 패스트 패션 브랜드와 이 외에 많은 의류 브랜드들의 제품 상당수가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이렇게 매년 만들어진 수십억 벌의 옷은 몇 번 입히지도 못한 채 폐기물로 변한다. 플라스틱 봉지와 폐원단이 쌓여 산을 이루고 점점 더 큰 쓰레기산을 만든다. 우리는 매장에서 트렌디한 신상품을 고를 때, 그것이 몇 달 뒤 이곳 쓰레기산에 던져질 가능성까지 상상하지 못한다. 이토록 강력한 방글라데시 생산 경쟁력 뒤에는 산처럼 쌓여가는 직물 폐기물과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오염이 매순간 동시에 생산되고 있다.

게다가 이미 의류 생산 단계에서 환경오염은 시작된다. 방글라데시의 공장들은 값싼 인건비와 느슨한 규제를 기반으로 막대한 물 사용과 화학 염료 배출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옷을 살 수 있고 빠른 유행에 따라 빠르게 옷을 구매할 수 있지만 결국 옷은 더 빨리 버려지고, 그 잔해가 쓰레기산을 더 빨리 키운다.

이렇게 만들어진 거대한 쓰레기산은 오염 가득한 침출수를 만들어 인근 강으로 흘러들고, 쓰레기 속 메탄가스는 폭팔 위험을 키운다. 무엇보다도 쓰레기 더미에서 재활용할 조각을 찾는 어린이들의 삶이 그 비용을 고스란이 감당하고 있다. 상상하기도 어려운 이 장면은 '끝없는 소비'를 기반으로 한 선형경제(Linear Economy)의 민낯이다. 생산 → 소비 → 폐기라는 직선의 고리는 결국 다카 외각의 쓰레기산에서 막을 내린다. 그래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흐름은 이 직선을 원으로 바꾸려 한다. 이것이 바로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이다.

순환경제는 '버리는' 개념을 최소화하고, 제품의 가치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며, 자원을 다시 활용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패션에서의 순환경제는 크게 세 가지 접근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생산 단계에서 재활용 원단과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초기부터 폐기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둘째, 소비 단계에서 옷의 수명을 연장하는 리세일·수선·렌털 서비스가 확산되어야 한다. 셋째, 폐기 단계에서는 분리수거와 리사이클링 인프라를 강화해 '쓰레기산'으로 가는 길을 차단해야 한다.

이미 일부 글로벌 브랜드는 '옷 수거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으며,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내구성 있는 옷만 시장에 남긴다'는 규제를 추진 중이다. 방글라데시 현지에서도 섬유 폐기물 재활용을 위한 스타트업과 여러 프로젝트가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전체 규모에서 보면 미미하다. 순환경제가 일시적 캠페인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공급망 전반에서 투명성과 책임성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물론 순환경제가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끝없는 매립을 전제로 한 산업 구조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옷의 끝은 결국 지구 어딘가에 남는다. 한국에서 유행이 지난 티셔츠가 방글라데시 쓰레기산을 덮을 수도 있고, 그 쓰레기산을 파내는 아이의 손에 다시 쥐어질 수도 있다. 우리는 그 장면을 외면하지 않고, 순환경제의 관점에서 패션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쓰레기산은 단지 방글라데시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소비자 옷장의 그림자이며 미래 세대에게 남겨줄 지구의 모습이다. 소비자로서 우리가 던져야할 질문은 분명하다. '내 옷은 끝내 어디로 가는가?' 그리고 '그 옷이 다시 자원이 될 수 있도록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순환경제는 먼 미래의 개념이 아니라, 쓰레기산 앞에서 우리가 반드시 붙잡아야할 유일한 출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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