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0.9℃
  • 맑음강릉 24.1℃
  • 맑음서울 21.6℃
  • 맑음충주 20.3℃
  • 맑음서산 23.0℃
  • 맑음청주 21.5℃
  • 맑음대전 23.2℃
  • 맑음추풍령 22.2℃
  • 맑음대구 24.8℃
  • 맑음울산 25.3℃
  • 맑음광주 24.5℃
  • 맑음부산 26.5℃
  • 맑음고창 23.5℃
  • 맑음홍성(예) 22.3℃
  • 비제주 23.9℃
  • 맑음고산 24.3℃
  • 맑음강화 21.5℃
  • 맑음제천 20.6℃
  • 맑음보은 21.1℃
  • 맑음천안 21.6℃
  • 맑음보령 25.7℃
  • 맑음부여 21.8℃
  • 맑음금산 21.8℃
  • 맑음강진군 25.5℃
  • 구름많음경주시 25.3℃
  • 맑음거제 25.0℃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5.09.21 17:23:36
  • 최종수정2025.09.21 19:32:12

이명순

수필가·한국어강사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현관 손잡이에 비닐봉지가 걸려 있었다. 열어보니 싱싱한 꽈리고추다. 누군가 방금 갖다 놓은 것 같은데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더운 날씨라 냉장고에 넣어 놓고 경비 아저씨께 물어보니 모른다고 한다. 혹시 동 호수를 잘못 알고 실수로 우리 집 문에 걸어 놓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경비 아저씨께 찾는 사람이 있으면 알려달라 말하고 출근했다.

별것 아닌 일이지만 묘하게 신경이 쓰였다. 요즘은 같은 아파트에서 이웃이라고 가까이 지내는 사람도 없었고, 친분이 있다면 문자로 연락하든지 초인종을 누르고 주고 갔을 텐데 말도 없이 문 앞에 슬며시 갖다 놓을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얼마 후 경비 아저씨께 문자가 왔다. CCTV를 돌려 봤는데 같은 통로 1층에 사는 아주머니가 놓고 갔다고 한다. 순간 나도 모르게 아~ 하는 소리를 내며 그 아주머니를 떠올렸다. 오랫동안 살았으니 서로 간에 안면은 있어 오가며 만나면 눈인사는 나눴지만 그리 깊은 대화를 하거나 마실 가서 차 한잔을 하는 사이는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말도 없이 왜 꽈리고추 봉지를 우리 집 앞에 놓고 갔을까 다시 궁금해졌다.

퇴근길에 마침 밖에서 1층 아주머니를 만났다. 인사를 하고 꽈리고추를 우리 집에 가져온 것이 맞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한다. 왜 초인종을 안 눌렀냐고 했더니 집에 아무도 없을 줄 알았다며 꽈리고추가 많이 있어서 그냥 나눠 줬다고 한다. 엘리베이터를 올라오며 그냥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이유 없이 그냥 누군가에게 베풀 수도 있는 건데 내가 많이 베풀지 못하고 살다 보니 받는 것도 익숙하지 못했나 보다. 나눔이나 베풂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오래전에는 아파트 이웃들과 어울려 지냈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눴고, 앞집이나 위아래로 마실 가는 집도 있었다. 커피 마시러 오라고 불러서 아줌마들만의 수다로 하루를 시작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모든 것들은 추억으로만 남았다. 굳게 닫힌 철문처럼 이웃과도 교류 없이 내 생활 패턴을 유지했다. 그렇게 살았기에 소소한 나눔이 갑자기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1층 아주머니는 그냥이라고 말했지만 숨은 의미를 알기에 울컥했다. 가깝기에 살가운 정을 나누며 지낼 수도 있는 이웃이다. 층간 소음으로 감정이 격해지기도 하고 배려가 부족해 삭막할 수도 있는 주거 공간이 아파트다. 어린아이가 있는 집들은 늘 아랫집 눈치를 본다고도 한다. 그렇지만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그 또한 고마운 일이다.

나도 누군가와 그냥 나누고 싶을 때가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보고 싶은 친구도 있고 갑자기 그리운 인연이 떠오르기도 한다. 마음이 있어도 만날 수 없는 먼 곳도 아니고 가까운 곳에서 마음 거리가 가까워진 이웃이 생겼다. 어느 날 마주치면 차 한잔하자고 청할 수도 있는 인연이다. 꽈리고추 한 봉지가 내게 이웃사촌이라는 소중한 관계의 연결 고리를 이어준 날이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청주 문화영토 넓힌 4년…변광섭 대표 "저의 꿈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충북일보] 청주의 문화영토를 넓히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온 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대표이사가 지난 4년을 "매 순간 가슴이 뛰는 일들의 연속이었다"고 돌아봤다. 지난 2022년 11월 취임해 약 4년간 청주의 문화예술 현장을 이끌어온 그는 오는 31일 임기를 마무리한다. 취임 당시 청주만의 로컬 콘텐츠를 발굴하고 주요 문화공간을 명소화하며 지역 예술인재를 키우겠다고 약속했던 변 대표는 그동안의 성과와 아쉬움을 함께 전했다. 그는 "아쉬움과 부족함도 있었지만 청주시가 문화적으로 조금씩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은 것은 청주시의 유네스코 창의도시 선정이다. 문화제조창이 대한민국 로컬100에 선정되고 지역문화대상을 수상한 것 역시 주요 성과로 꼽았다. 변 대표는 "크고 작은 전시와 공연, 축제의 장에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웃음과 박수 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졌다"며 "임직원이 함께하고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그가 지난 4년간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청주만의 문화적 가치를 발굴하고 이를 지역의 경쟁력으로 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