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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연

음성문인협회장

수도꼭지를 반쯤 열고 물을 받는다. 밥을 먹은 후 설거지통에 모아서 그릇을 씻기 시작했다. 단수가 된다거나 물 사용에 문제가 있지는 않지만, 강원도 가뭄 소식을 흘려들을 수 없었다.

삼십 년도 더 된 일이지만, 아직도 처음 결혼해서 살았던 시골살이의 빈곤함이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겨울이면 비닐을 치고 문마다 두꺼운 이불로 바람막이를 만들었다. 불 때는 방도 있었고, 화장실은 밖에 있는 재래식 그대로였다. 상수도가 없어서 지하수를 끌어서 사용했다. 물은 충분하지 않아서 지하수도 마음대로 쓰지 못했다. 물이 안 나오면 옆집에 양해를 구하고 담벼락으로 호스를 연결해 물을 받았다. 그래서 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어서 떨쳐낼 수 없었다.

말라버린 강바닥과 시들어가는 농작물의 모습은 생명이 사그라드는 기분을 갖게 했다. 마른장마가 끝난 뒤 이어진 폭염으로 식수 공급까지 우려스러운 상황이 되었다. 결국, 극한의 가뭄에 직면한 강원도 강릉 일대에 재난 사태가 선포되었다. 전례 없는 최악의 가뭄으로 인한 '재난 사태'선포 이후 대규모 급수제한조치에도 불구하고 마실 물조차 부족했다. 국가 소방동원령으로 전국에서 소방차가 잇따라 집결하여 급수지원을 했다. 정수장에 물 폭탄처럼 쏟아내는 소방차의 급수지원이 반가우면서도 씁쓸했다. 기후위기에 이어 물까지 자연이 보내는 징후가 심상치 않음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자체적으로 제한급수를 시행했다. 일부 아파트는 아침에 물 절약을 방송하더니 예고 없이 단수되어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요양 시설에서는 빨래를 모아 인근 지역으로 세탁 원정을 하러 가는 등 영업 시설이 겪는 어려움도 많았다. 요즘 그렇지 않아도 불경기가 지속되어 자영업자들 속이 말이 아닌데 영업장에도 피해가 크다. 강릉지역에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오해해서 관광객의 예약이 취소되기도 하고 방문이 뜸해서 매출 감소가 피부로 느껴진다고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돕고 돕던 정신은 우리의 근간이다. 강원도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이들의 마음이 이어졌다. 다른 지자체는 물론 기업에서도 생수를 지원하며 주차장이 생수병으로 가득 쌓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어느 카페 사장은 고생하는 소방대원을 위해 음료를 만들어서 현장으로 가져가고, 지역에서도 고마움을 나누는 이들이 늘어났다.

오늘 아침, 잿빛 하늘에 먹구름이 끼더니 폭우가 쏟아졌다. 전국에 비가 왔다니 조금 안심이 된다. 바짝 메마른 바닥을 드러내던 강릉의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도 소폭 상승했다고 한다. 강우량 증가와 함께 오봉저수지의 수위도 서서히 오르며 왕산천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가 힘차게 내려오고 있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내일도 돌풍과 함께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이어진다고 한다. 물이 차오르는 광경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제는 외면할 수 없는 물 한 방울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수돗물을 잠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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