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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9.16 14:58:34
  • 최종수정2025.09.17 10:22:25

윤진영

세명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매주 서울과 제천을 오가며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하늘과 산, 나무를 보면서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무성한 나무로 뒤덮인 산이지만 그 푸르름은 4월과 7월이 같지 않고, 똑같이 파란 하늘도 그 청명함과 높음은 봄과 가을이 다른 것 같다. 숨이 턱턱 막히던 한여름의 뜨거운 더위도 어느덧 물러나고, 9월이 되자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에 상쾌한 기분으로 산책을 할 수 있게 됐다. 시간과 계절은 우리를 둘러싼 하늘과 산, 자연환경을 매일 조금씩 바꾸어 놓는 것 같다. 교통체증과 장거리 운전에 지루할 때도 많지만, 때로는 매주 달라지는 풍경을 볼 수 있다는 마음에 설렘을 갖고 운전대를 잡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은 자연이 주는 압도적인 풍경에 나 자신이 작고 하찮은 존재임을 깨닫는 순간을 경험하기도 한다.

긍정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M. Seligman)과 크리스토퍼 피터슨(C. Peterson)은 모든 사람이 가치 있게 여기는 6가지 덕목과 이를 구체화하는 24가지 성격 강점을 제시한 바 있다. 시대와 문화에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가치라는 의미에서 '보편적 덕목'이라고 지칭된다. 여기에는 지혜, 인류애, 용기, 정의, 절제 등이 해당하는데, 그 마지막 덕목은 바로 '초월'이다. 초월은 단순한 종교적 신념이 아니다. 초월은 삶의 의미와 목적을 깊이 성찰하고 개인을 넘어선 더 큰 존재와 연결감을 느끼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초월에는 5가지 성격 강점이 포함된다. 자연, 예술, 일상적 경험 등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아름다움과 탁월함을 인식하고 경외하는 태도인 '감상력',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고 표현하는 '감사', 미래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의미하는 '낙관성', 삶의 재미와 웃음의 요소를 발견하고 즐기며 타인과 공유하는 능력인 '유머 감각', 인생의 초월적 측면에 대한 관심과 믿음을 나타내는 '영성'이다. 즉, 초월은 삶의 의미, 자연, 우주, 신과 같은 더 큰 존재와의 연결감을 느끼도록 하는 덕목으로, 보다 넓은 관점에서 삶을 바라볼 수 있게 한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고속도로 바깥의 풍경을 바라보며 나 자신이 거대한 자연의 질서와 시간의 흐름의 일부임을 인식하고 경이로움과 겸손함을 경험하게 된다. 동시에 나 자신이 확장되면서 일상의 작은 고민이나 사사로운 감정으로부터 잠시나마 자유로워지고 현재의 나의 상황과 이미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함을 느끼기도 한다. 관련 연구에 의하면, 영적·초월적 경험은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을 넘어선 더 큰 존재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질서를 인식할 때 일상적 스트레스나 역경에 덜 압도되고, 삶을 더 의미 있게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영성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와 희망감, 이타적 행동, 공감능력, 정서적 안정이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영적·초월적 경험을 하기 위해 특별히 시간을 내거나 거창한 계획을 세울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바쁜 일상이지만 얼굴을 들고 하늘을 바라보고,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의 가로수를 눈여겨보며, 숨을 고르며 달라진 공기의 냄새를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잠깐 멈추어 서서 자연을 느낄 수 있다면, 우리가 더 큰 세계와 연결된 존재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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