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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논설위원

일본 모노하 미술운동의 창시자로 국내외 최고의 작가로 인정받는 이우환의 그림이 미술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각인된 사건이 지난 2016년 드러난 13점의 위작 논란이다. 위조범과 판매상이 검거됐고 위조범은 범행 사실을 순순히 자백했다.

그런데 경찰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우환은 위조범이 제작한 위작이 모두 자신의 작품이라고 우겨 파란을 일으켰다.

호흡이나 리듬, 채색을 쓰는 방법 등에서 하나도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내가 그린 진품이 확실하다는 이우환의 주장에 오히려 위조범이 환장하겠다며 답답해 한 이상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검거된 위작작가는 1970년대 후반 작품인 이우환 캔버스와 자신이 사용한 캔버스는 제작 연도가 달라 캔버스 재질이 틀린데 왜 작가가 자꾸 자신의 직품이라고 우기는지 모르겠다며 가슴을 쳤다.

자신만의 호흡과 리듬으로 점 하나를 그리는 데 두어 달의 시간이 걸린다는 이우환은 자신의 작품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위조범이 불과 4시간 만에 따라 그렸다는 위작에서 누구도 모방하지 못한다고 믿었던 자신의 호흡과 리듬을 느꼈다는 말이 된다.

이우환이 자신을 너무 포장했거나 위조범이 테크닉을 넘어 작가의 호흡까지 재현할 수 있는 천재적 능력자란 이야기인데, 어느 쪽이 맞는지는 두 사람만이 알 일이다.

이우환은 작품 제작에 사용하는 캔버스와 붓을 특수 제작한다. 물감도 시중 제품이 아닌 작가가 직접 구한 돌을 갈아서 사용한다. '내가 보면 안다'며 무조건 위작이 아니라고 우긴 이우환의 주장은 과학감정을 근거로 한 검찰 측의 반박에 밀렸다.

법원은 이우환 작가가 사용한 적 없었던 유리가루를 사용한 점과 캔버스 제작 연도, 어설픈 작가서명 등을 참조하여 위작임을 판단했다. 판결 이후에도 위작이 아니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던 이우환은 한 방송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위작유통 가능성을 일부 시인했다.

'신뢰하는 화랑에서 그림을 가져와 콜렉터한테 나온 그림이라며 확인서를 써 달라고 하면 다 사인해줬다'며 거래처인 '갤러리 현대'의 판단대로 작가확인서를 써 준다고 밝힌 그의 변명은 실망스러웠다.

이우환은 생존 작가 중 가장 비싼 가격에 작품이 팔리는 작가다. 위작 논란을 겪은 후 작가확인서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 값은 흔들림이 없었다. 지난 주말 막을 내린 국내 최대 그림 장터 '2025 프리즈와 키아프 아트페어'에서 이우환의 작품은 프랑스 파리의 '메누르 갤러리'에 60만 유로에 거래됐다. 우리 돈 9억7천만 원의 거금이다.

이우환의 그림은 단순하다. 그래서 가장 쉽게 작품이 위조된다. 작가도 자신의 작품을 큰 캔버스에 휑그렁하니 찍혀있는 점 하나나 둘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최근 김상민 전 검사가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이우환 화백의 작품을 두고 위작 논란이 다시 머리를 들었다. A4 용지 사이즈와 비슷한 4호 크기 작품에 대해 국내 대표 감정 기관들이 서로 다른 감정 결과를 내놓고 있는데, 1억4천만 원 상당의 작품이 진품일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형량이 크게 늘어난다. 그래서 김건희 여사 측은 가격이 없는 위작이라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진품이 아니라면 속은 것이 분해 펄펄 뛸 구매자가 자신이 구입한 그림이 위작이기를 바라는 희한한 상황이 씁쓸하다. 침묵과 여백의 회화인 이우환의 작품이라서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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