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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수필가

산책길에 만나는 산수유나무 목련 나무 산딸나무 단풍나무에 가을이 얹혀있 다. 처절했던 여름날의 무더위는 어디로 가고 가을 내음이랄까. 풀 섶에 내려앉은 벚나무 잎은 쓸쓸한 가을편지처럼 어느새 그리움이 쌓인다.

초등학교 다니는 외손자가 주일 예배를 마치고 우리 집에 들렀다. 오물거리는 입 모양과 달콤하게 풍기는 냄새에서 껌을 씹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웬 껌" 하자 교회 선생님이 풍선껌을 내주시며 부는 영상을 보내라고 했단다. 왜 하필 풍선껌 불기를 숙제로 내다니 의아하다. 평범하고 사소한 것이지만 어떤 비범함을 터득하라는 걸까. 이학년인 손자 녀석은 아무리 씹어도 풍선이 불어지지 않는다며 하소연을 했다.

많은 분야에서 트렌드를 선도하는 축구선수들이 경기 전후에 껌을 씹는 것은 무해 한 행동 중 하나라고 한다. 껌을 씹는 이유는 경기 내내 끊임없이 땀을 흘리다 보면 탈수증에 걸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한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타액 분비가 증가하여 운동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로 껌이 주는 청량감이 좋아 나는 외식 후나 타인과의 대화를 앞두고 있을 때 껌을 씹는 습관이 있다.

내 초등학교 시절은 남루하고 비루했었다. 담장 대신 촘촘한 측백나무 울타리에는 구멍가게로 드나드는 허술한 개구멍이 하나 있었다. 어쩌다 용돈이라도 생기는 날엔 아슬아슬 개 구멍을 넘던 생각이 난다. 주전부리래야 십 리 사탕이나 잘하면 건빵·. 선생님께 들킬까 봐 조마 조마하던 마음과 설렘이 교차하던 시간이다. 초 삼 시절에 풍선껌이 처음 나왔다. 껌을 가지고 동그란 풍선을 부는 일은 동화 속 요정의 신비로운 요술 같았다. 당시 빨간 새 풍선 값이 하나에 오 원이었고 풍선껌도 마찬가지였다. 신기한 껌을 사달라고 떼를 써보기도 했지만 녹록지 않던 살림에 껌은 사치였다. 소풍날만 기다리던 가을 소풍날, 어머니가 주신 용돈으로 제일 먼저 풍선껌을 갖고 싶었다. 친구와 함께 몸을 구부리고 개구멍을 넘던 모습이 마치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다. 코스모스 피어있는 신작로를 걸으면서도 소원하던 풍선껌을 갖게 되니 하늘을 날 듯이 기뻤다. 누렇게 익어가는 들판의 벼 이삭들도 내 마음을 아는지 이리저리 춤을 추듯 보였다.

기대에 찬 마음으로 나만의 풍선을 꿈꾸며 껌을 입속에 넣었을 때 달콤했던 오렌지 향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오물오물 말랑말랑 환상에 젖어 풍선을 불어 보는데 아직 요령을 모르니 답답하기만 했다. 입술과 혀로 바람을 불어 넣어 풍선이 부풀게 해야 하는데 기대했던 나의 신세계(?)는 부는 족족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한 통을 죄다 허비하고 다시 마루 끝에 앉아 불고 있는데 얼떨결에 풍선이 부풀어 올랐다. 어느 때는 풍선이 터져 익살스러운 입술이 되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한번 씹기 시작한 껌은 저녁이 되면 벽에 붙였다가 아침에 다시 씹기를 반복했다. 껌 하나로 몇 날 며칠을 되새김질하던 추억은 우리들의 서글픈 초상이다. 돌아보면 고진감래가 아닌가. 결핍을 모르고 사는 손주들에게 할미의 옛이야기는 어떤 의미가 될까. 마침내 아이의 입가에도 커다란 풍선껌이 부풀어 오른다. 비가 내린다. "할미, 비가 참 예쁘게 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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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연희(청주 흥덕) 의원은 지난 1월 SK하이닉스가 CES 2026에서 HBM4 16단을 공개하면서 차세대 AI 메모리 경쟁력도 분명히 보여줬다고 판단했다. 이런 흐름과 반도체 슈퍼사이클 전망을 종합할 때 청주시가 앞으로 4년 동안 최소 1조원 수준의 법인지방소득세를 확보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이 막대한 재원이 일시적으로 들어왔다가 일회성 사업이나 보여주기식 사업으로 흩어지면 청주의 미래를 바꾸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 의원은 행정 몇 사람이 아니라 청주시민이 함께 그리는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활용방안을 찾자고 가장 먼저 제안했다. 1조원 세수는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청주의 미래를 누가 어떤 원칙으로 결정할 것인가의 문제로 판단한 것이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공론화위원회'가 6·3지방선거 민주당 주요공약으로 다뤄지는 것인가. "이번 공론화 제안은 청주에 들어올 수 있는 큰 재정을 미래의 청주를 위해, 청주답게, 또 시민답게 쓰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공약화 여부는 결국 청주시장 후보자의 의지와 판단이 중요하다. 지방선거 공약은 지역의 미래 비전과 행정 철학이 담겨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토론회에 시장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