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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9.10 15:19:04
  • 최종수정2025.09.10 15:19:04

이정균

시사평론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자주 놀라는 나라 가운데 하나는 대한민국이라고 본다. 트럼프 집권 2기 출범과 동시에 미국 우선주의 정책 노골화를 펼치며 던진 관세 폭탄은 대미 무역 국가 모두를 긴장시켰다. 한국을 대하는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의 속뜻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한국 정부는 전전긍긍하다 관세협상 타결로 한숨 돌리는 듯 했으나 이번엔 불법 이민자 단속이라는 또 다른 거대 암초를 만났다.

***대미 투자가 불법 이민자 양산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이 합동으로 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덮쳐 불법이민자를 단속한다는 명목으로 3백여 명의 한국인들을 체포, 구금한 것이다. 한미동맹 초유의 사태에 국민들은 이게 무슨 영문인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된 한인들은 주로 취업비자(H-1B)가 아닌 회의 참석 등의 목적으로 발급받는 B1 비자나 단기 체류 목적의 무비자 제도인 ESTA로 입국했다가 체류 목적을 어기고 취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동안 미국과 인접한 중남미 국가의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 국경을 넘으려다 적발되어 추방 또는 구금당했다는 보도는 수차례 접한 바 있으나 한국인 수 백 명이 불법 이민자가 되어 쇠사슬에 묶여 끌려 나가는 장면은 너무나 충격이고 믿기지 않았다.

더구나 한국 측은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맞춰 대규모 투자를 하고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미국에는 숙련된 인력이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 인력을 데려올 수밖에 없었음에도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취업 비자를 받으려고 노력해도 미국 측이 발급 인원을 제한하는데다 소요 기간도 수개월이나 걸려 부득이 했던 사정도 감안 되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미 투자를 늘리라고 압박하면서도 정작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에는 까다로운 자세로 일관하는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는 한 공장 완공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미국의 취업비자 제도는 전체 쿼터의 70%를 인도인에게 배정하고, 중국인에게 10%, 한국인에게는 1%를 배정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같은 사태는 언제든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벌써 미국 내 다른 곳의 한국 기업들이 정상적 활동을 하지 못하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미국 측이 볼 때는 입국 비자 목적에 어긋나는 취업 근로 행위를 적발한 것이고, 불법 이민자를 엄격하게 단속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는 차원이어서 정당하다고 강조한다. 우리 입장에서도 불가피한 측면은 있지만 불법 행위 자체에 대해 변명할 여지가 많지 않은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토록 대미 투자를 압박하고도 한국 기업이 미국에 들어가 공장을 건설할 때 필수적인 전문 인력을 공급해 주지도 못하고, 한국의 적정 인력이 합법적으로 미국에 체류할 여건도 만들어 주지 않으면서 미국법만 내세워 강경하게 단속하는 미국에도 작지 않은 책임이 있다. 이러한 모순적 상황 발생이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사전 대응책 없이 진행하여 한국인들을 중대범법자 신세로 전락시키고 국제적 망신을 일으킨 정부의 직무유기를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의 미국도, 한국도 아니다

전세기를 띄워 한국인 근로자들을 데려오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함께 미국에게 근본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 굳이 위안을 삼자면, 우리가 미국에 투자했으니 웬만한 불법쯤은 관행으로 넘어가 줄 거란 기대가 지금 깨지길 차라리 다행이다. 미국은 우리가 알던 예전의 미국이 아니다. 한국도 미국이라면 깜빡 죽던 예전의 한국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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