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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 사건 75년의 기억과 치유

'이순종·정정엽: 75년 동안의 해와 별' 특별기획전

  • 웹출고시간2025.09.10 16:29:40
  • 최종수정2025.09.10 16:29:39
클릭하면 확대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노근리 사건 75주년을 맞아 충북 영동군 노근리 평화기념관에서 열리는 특별기획전 '이순종·정정엽: 75년 동안의 해와 별' 포스터. 이번 전시는 2025년 9월 13일부터 2026년 7월 31일까지 기념관 전관에서 진행되며, ‘조각난 기억의 치유’와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을 주제로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충북일보] 영동 노근리 평화기념관에서 오는 13일 개막하는 특별기획전 '이순종·정정엽: 75년 동안의 해와 별' 특별기획전(~2026. 7. 31.)은 단순한 전쟁사의 재현을 넘어, 예술로 기억과 치유를 잇는 여정이다. 노근리 사건 75주년을 맞아 열리는 이번 전시는 선악 구도의 이분법을 벗어나 '조각난 기억의 치유'와 '인간 본성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주제로 한다.

전시는 기념관 전관(지하·지상 1층·2층)을 모두 활용한다. 지하에서 시작하는 관람 동선은 실제 쌍굴다리의 어둠을 재현하고, 점차 위층으로 이동하며 빛으로 향하는 상징적 체험을 만든다. "묻혀진 그림자들이 더 높은 차원으로 이동한다"는 기획 의도는 관람객이 어둠과 빛의 흐름을 몸으로 겪으며 치유의 여정을 걷게 한다. 정구도 노근리국제평화재단 이사장은 "75년은 한 인간의 평균 수명과 맞닿아 있다. 이번 전시는 세대의 기억이 전승되는 임계점에서 열리는 긴 여정으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참여 작가 이순종(1953년생)은 전쟁의 기원을 인간 무의식과 우주의 질서 속에서 탐구한다. 그는 학살을 "인류 무의식 속 살인의 본능이 집단 광기와 만나 폭발하는 비극"으로 해석하며, 예술가의 역할을 "그림자를 길어 올려 해석하고 떠나보내는 매개자"라 정의한다. 그가 쌍굴다리에서 목격한 '검은 잠자리'는 이번 전시의 핵심 상징으로 등장한다. 모든 빛을 흡수하는 검은색은 블랙홀과 동양철학의 무(無)를 동시에 연상시키며, 비극을 넘어선 초월을 암시한다. 대표작 '75'는 소용돌이치는 머리카락의 형상 속에서 환히 빛나는 숫자 '75'를 드러내며, 죽음의 기억을 세대를 잇는 빛으로 전환한다.

정정엽(1962년생, 전남 강진 출생)은 노근리 사건을 마주하는 솔직한 두려움에서 출발했다. 정 작가의 대작 '뜨겁다 무겁다'는 가로 10m, 세로 4.5m 규모의 대형 벽화로, 나무 패널 50개를 모자이크처럼 이어 붙여 조각난 기억을 잇는 의미를 담았다. 제목은 생존자의 증언에서 비롯됐다. "죽어가는 사람이 흘리는 피가 이렇게 뜨거운 줄 몰랐어요." "살기 위해 끌어당긴 시신이 그렇게 무거운 줄 몰랐어요." 작품은 피해자의 언어를 그대로 시각화해 관람객의 몸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순종·정정엽: 75년 동안의 해와 별' 특별기획전은 회화·드로잉 80여 점, 조각 설치 20여 점, 영상 및 디지털 아카이브를 포함한 대규모 전시다. 전쟁의 희생자를 애도하는 동시에, 우리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다시 묻는다. "다시는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실천해야 하는가." 영동/이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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