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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9.09 16:04:30
  • 최종수정2025.09.09 16:04:29

김연준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대학교 교수

인류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생활 문화가 변해왔지만, 고대로부터 현재까지 크게 변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현수막'이다. 그 원조는 고대 전쟁터에서 군사들의 사기를 북돋우거나 신호를 보내기 위해 사용되었던 깃발과 군기(軍旗)였다. 그런데 수천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현수막은 여전히 천 조각에 구호나 상징 문구를 쓰고 양쪽 끝에 나무막대기를 달거나 끈으로 매는 방식이 비슷하다. 현수(懸垂)는 '매달다' '늘어뜨리다'는 의미로, 어원상으로 볼 때는 세로형이 맞지만, 지금 실생활에서는 가로형 현수막이 더 많이 쓰인다. 각종 집회와 행사, 광고는 물론 정당 홍보에 이르기까지 일반 대중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흔한 수단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합성 섬유로 만들어지는 대부분의 현수막은 정유, 섬유 제조 등 원료 생산에서부터, 인쇄, 운송, 설치, 폐기(소각·매립)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마다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공서를 비롯해 기업과 민간단체에 이르기까지 고대 전쟁터의 깃발같은 현수막을 아직도 즐겨 사용하고 있다. 더구나 행사가 끝나자마자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1회용 현수막은 탄소중립 실천의 시대적 요구에 전혀 맞지 않다.

최근 들어 정치 옥외광고의 수단으로서 정당 현수막이 거리 곳곳을 뒤덮고 있다. 문제는 도시미관의 훼손만이 아니다. 국민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자화자찬과 상호 비방이 주를 이뤄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정당 현수막의 홍보 효과가 미미하다는 전문 연구 결과도 발표되고 있으며, 언론 역시 그 부작용을 꾸준히 보도하고 있다. 정당 현수막의 한계는 분명하다. 먼저, 정치권만의 특혜이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높은 장벽을 요구하면서 정당에만 허용된 예외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둘째, 일방적 구호 전달 방식이다. 쌍방향 소통이 아니라면 국민들도 공감하기 어렵다.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탄소중립 실천에 역행하는 행태이다. 현수막은 1회용품의 전형적 모델이다. 일반 국민들은 조금이라도 탄소배출을 줄여 보고자 텀블러와 에코 백을 들고 다니며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데, 정당 현수막이 과연 이러한 국민 정서에 맞는지 따져 볼 일이다. 산불, 폭염, 폭우, 가뭄 등 심각한 기후재난이 빈발하는 와중에 탄소중립에 대한 정치인들의 솔선수범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1회용 현수막은 이 정서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지난 4월,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폐 현수막 발생량이 2023년에 6천130t, 2024년에 5천408t에 달했다. 재활용률은 고작 30%대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폐 현수막들은 매립되거나 소각되면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현수막 한 장에서 약 6㎏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이는 중형 승용차를 30㎞ 운행할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과 비슷하다. 정당 현수막을 비롯하여 각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에서 어마어마한 크기의 1회용 백드롭이나 현수막을 설치하고, 행사가 끝나면 곧바로 폐기되는 지금의 행태는 시대착오적 역주행이다. 정당 현수막을 디지털 카드뉴스로 대체하여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일반 국민들도 의견도 개진할 수 있는 쌍방향 소통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좋을 것 같다. 각 기관·단체는 물론 작은 동호회에 이르기까지 행사 날짜를 바꿔 붙일 수 있는 다회용 현수막으로 바꾸는 것이 어떨까? 더 나아가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디지털 사이니지 등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면 훨씬 더 품격 높은 행사가 될 수 있다. 정부와 국회가 앞장서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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