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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9.08 14:44:10
  • 최종수정2025.09.08 14:44:09

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3년 전 계단에서 떨어지며 허리가 골절되는 사고를 겪은 바 있다. 고통스러웠지만 사고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재활운동을 통해 회복하는 과정을 거치며 힘들었지만, 그동안 건강했던 삶에 감사함을 느낀 계기였다. 허리가 골절되기 전에 몰랐던 자유와 건강이 무한히 큰 행복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몸의 불편함은 우리가 쉽게 인지하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의 불편함은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기에 간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느 한 사람이 있었다. 첫인상은 초점 없는 흐린 큰 눈에 기름기 가득한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검은 입은 항상 반쯤 벌리고 있었다. 그는 항상 본인이 피해자임을 자청하며 타인을 험담하는 언어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주변인들은 편견이 없었기에 그를 따뜻하게 위로해 주었다. 그러나 진심으로 위해줄수록 그는 사람들을 함부로 대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첫인상이 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사회적 위험을 감지한다고 한다. 따라서 거북한 사람일수록 거리를 두는 것이 옳다.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관계를 유지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한다. 애석하게도 상처를 극복하려 할수록 매몰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이 있다.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그에 무뎌지며 비로소 마음속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다. 허리가 골절된 사고는 뼈가 붙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과 재활을 통해 회복하는 비교적 선명한 기간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는 회복되고 본래의 삶으로 돌아오기까지 기약 없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

마음의 불편함을 극복하며 변화된 생각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사람에 대한 편견이 없었지만, 편견을 가지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교육을 통해 편견은 좋지 않다는 것을 배운다. 편견이란 생각이 유연하지 못하고 편협하다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사람에 대해 편견을 갖게 된다면, 편견을 가진 이유에 대해 신중히 생각하게 되고 특히 그 점을 조심하게 된다. 차후, 좋지 않은 일을 겪더라도 여러 차례 조심하고 방어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므로 타격이 최소화된다.

둘째, 주위의 평판보다 그 사람을 직접 겪어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신념이 있었지만, 이제 평판을 믿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직접 겪어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방법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에 대한 리스크가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평판이나 소문은 진실이 아닐 수 있다. 따라서 동조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평판의 내용을 인지할수록 그에 따른 안전성을 넓게 확보하고, 확률적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나는 몸과 마음의 불편함을 겪고 극복하는 과정을 거치며 세상을 배울 수 있었다. 공통점을 꼽자면 항상 안전을 기하는 마음을 가지고, 불편함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것이므로 좋지 않은 상황을 겪더라도 자책하지 말고 앞으로의 삶을 위해 회복에 주안점을 두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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