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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록

한국교통대 중국어전공교수

요즘 귀신 이야기 중 단연 화제는 "귀신을 만나면 어떻게 지평좌표계에 고정하였는지를 묻겠다"라는 말이다. 요점만 정리하면 귀신이 항상 일정한 지역에 고정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귀신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구는 시속 1천670㎞ 속도로 자전하면서, 동시에 10만8천㎞의 속도로 공전하고 있다. 그런데 귀신은 날아다니는 존재라 지구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귀신이 특정 지역에 출몰하려면 자전과 공전의 위치까지 고려해 가며 시속 십 만 키로 이상의 속도로 지구를 따라 잡아야만 겨우 원래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무시무시한 귀신을 물리학에서 유쾌하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진지하게 따지자면 오류 논증이다. 날아다닌다는 것과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별개의 사실이며, 귀신이 날아다니는지 순간이동 하는지,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분신인지 본체인지, 나아가 귀신이 항상 존재의 동일성을 유지하는지, 어쩌면 상태 변화 속에서 불연속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존재론적 문제는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혼이 육체보다 먼저 존재하였다면 어떨까? 플라톤은 태초에 데미우르고스라는 창조주가 있었는데, 그 당시 존재하던 혼돈 상태의 질료로 우주를 빚어내기 위해 우선 가장 고등한 존재인 '우주영혼'을 만들었고, 이것을 우주전체에 심어 넣었다. 인간의 영혼 또한 이 우주영혼과 같은 재료로 만들었는데, 데미우르고스가 직접 만들었으므로 영혼은 영원불멸의 존재이다. 그 뒤 데미우르고스는 별을 만들었는데, 별들에도 영혼을 불어넣었으므로 별들은 그 자체로 신이 되었고, 별의 신들이 데미우르고스의 명에 의해 만든 것이 인간이나 동물의 육체이다. 즉 육신은 데미우르고스가 직접 만든 것이 아니어서 사멸하는 존재가 되었다. 불멸의 영혼이 필멸의 육체에 깃들었으므로, 육체가 소멸되면 영혼은 생전의 활동에 의해 심판을 받고, 그 결과 이데아의 세계로 가거나 다시 다른 육체에 깃들게 되는데, 이 부분은 플라톤식의 윤회론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플라톤의 우주론은 믿지 않더라도 상상의 한계를 넓혀준다. 가령 지구는 대략 46억 년 전에 생겨났는데, 초기 지구는 방사능 가득한 불덩어리 별이었고 그로부터 5억 년에서 10억 년 정도 뒤에 단세포 미생물이 생겨났다. 이런 미생물이 발전하고 발전해서 지금처럼 수없이 다양한 생명체가 탄생하고, 특히 인간이란 생명체는 제법 그럴듯한 과학문명까지 만들어 내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도 있으나, 한편으로 그 무엇도 어제와 똑같을 수는 없다. 어제 없던 어떤 새로운 일이 내일 생겨날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영혼이 육신보다 먼저 생긴 것도 가능하지만, 생명의 발전 속에서 원래 없던 영혼이란 존재가 생겨나는 것도 가능할 듯하다. 그런데 정치권의 화합이란 언제쯤이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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