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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순

'파란만장한 커피사' 저자

가을이 오면 마음 한켠에 시가 깃든다. 커피 머금는 순간, 그 향미가 일깨우는 감각들이 작은 시상이 되어 흐른다. 커피를 마실 때마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구체적인 현상에 집중하는 습관은 2009년 3월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시작됐다. 빈이태리 행사에 심사위원으로 나가 수백 종의 와인을 테이스팅하느라 지쳐있던 대회 7일째. 테이블에 오른 한 잔의 와인이 내 삶을 흔들어 놓았다.

그 와인이 무엇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깨어난 순간, 그 와인이 내안에 깊이 자리했다는 사실이 더 소중하다. 와인 한 모금은 나의 영혼에 숨겨진 시적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붉게 물든 노을 사이에 희미하게 반짝이는 별이 순간 표상됐고, 첫사랑의 속삭임만큼 신비로운 소리가 내면을 두드렸다.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인상이었던 탓이다. 그때의 일이 누군가의 시에 표현돼 있지는 않을까 뒤적거리곤 하지만 아직 카타르시스를 이루지 못했다. 요즘 그날의 경험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감동이 와인이 아니라 마음이 빚어낸 심상일 수 있다는 의심이 든다.

시인들은 "낙엽이 지니 커피가 그리워진다"라고 적지 않는다. 커피가 사무치니 낙엽이 진다고 말한다. 눈이 내리면 당신이 보고 싶다가 아니라 당신이 사무치도록 그리울 때 눈이 내린다고 해야 시가 된다. 시의 세계에서 인과관계는 중요하지 않다. 소설가는 "벙어리도 꼬집히면 운다"고 하는데, 곁에 있던 시인은 "벙어리도 꽃이 피면 운다"고 듣고 박수를 친다.

커피 향미를 표현하는 작업이 시 창작에 닿을 수 있을까? 코와 입으로 느껴지는 향과 맛을 언어로 옮기는 작업과 커피가 주는 감성을 시로 읊어내는 일이 언뜻 달리 보이지 않는다. 둘 다 자신의 감각적 경험을 언어의 그릇에 담아 타인과 미적 가치를 나누는 행위이니 말이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차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향미 표현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 주려는 노력이다. 사실의 왜곡을 경계해야 한다. 오롯이 내 입과 코가 감지한 감각과 정서를, 가능한 한 정확하게 상대에게 전해주어야 한다. 감정을 100% 언어로 옮기기는 불가능하지만, 그 미완성의 소통 속에서도 공감하는 행복을 나눌 수 있다.

반면, 시는 본질이 창조다. 마음에 느껴진 것을 넘어서 형상화하고, 재구성하며, 비유와 상징을 통해 보편의 언어로 승화시킨다. 시는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이자, 잘게 부서진 감정의 조각들을 언어의 결로 엮어 내는 미적 작업이다. 글로 하는 예술이 시가 아닌가?

둘은 메카니즘도 다르다. 커피의 행복은 감각기관이 화학물질을 감지하고, 뇌의 보상시스템, 즉 도파민 분비를 통해 즉각적으로 만들어내는 신경생리학적 쾌감이다. 시는 오감의 자극이 없이도 진행되는 깊은 내적 사유, 그리고 자아와 문화 속에 깊숙이 뿌리내린 정서들의 융합이다.

그러므로 커피 향미를 시처럼 표현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겠다. 맛과 향을 표현하는 고단한 과정이 자연스레 시적 언어에 닿겠지만… 미각과 후각이 전하는 세밀한 신호들을 체계적으로 발견하고, 섬세한 언어로 짜내는 과정은 감각적 경험을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 녹여내는 일이다.

학문적 연구들도 이 연결고리를 인정한다. 커피 향미 표현 능력은 단순 감각 인지 이상으로 확장되어 개인의 정서, 기억, 문화적 배경 속에 자리잡는다. 이는 시적 창작과 맞닿아 있으며, 향미를 표현하는 경험이 곧 문학적 창조 능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결국, 커피 향미에 관한 언어적 숙련도는 맛을 표현하는 도구를 넘어 '시적 언어'로 향하는 다리가 될 성싶다. 날마다 그 다리 위에서 한 잔의 커피가 시가 되기를 꿈꾼다. 나의 커피가 이번 가을에 비로소 시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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