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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식

수필가

-지성 야성을 아우른 듯 보이는 여인입니다.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호엘룬이라고 합니다. 칭기즈칸의 어머니라면 더 쉽게 아실 겁니다.

-몽골을 통일하고 거대 제국을 세운 칭기즈칸 말입니까?

예, 벌써 800여년 세월이 흘렀으니 옛일이지요. 역사가, 세월이 부질없어요.

-험악한 세월을 사신 분처럼 말씀하시네요- 칭기즈칸의 모친이라면 편안한 삶을 사신 것 아닐까요?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다르겠지요. 편안한 삶은 아니었어요. 결혼 초에 약탈을 겪은 것부터 큰 충격이었지요.

-그래서 정말 납치되어 예수게이의 아내가 된 것인가요?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사막의 생존방식인 거죠.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다른 족장의 아내가 된 것이지요. 운명이려니 여겼어요.

-그렇게 칭기즈칸의 어머니가 되셨군요.

어찌 보면 거스르기 어려운 운명이었어요. 며느리를 또 옹기라트 부족에서 데려왔고요. 그래서 더 애틋했는지 몰라요.

-칭기즈칸의 성장은 순탄했나요?

그럴 리가 없지요, 영웅은 고생을 해야 하나 봐요, 칭기즈칸도 어려움을 숱하게 헤쳐 나와야만 했어요.

-칭기즈칸이 언제부터 전사기질을 발휘했나요?

그의 아버지이자 내 남편은 아들을 데릴사위로 맡기고 돌아오다 타타르족에게 독살당해요. 유목사회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요.

-칭기즈칸이 돌아와 바로 수습을 했나요?

수습할 수 없었어요. 남편의 죽음과 함께 부족은 흩어졌고 우리 가족은 숨어살다시피 하면서 엄청나게 고생을 했지요. 칭기즈칸도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어요. 개인의 능력이기도 했겠지만 운명이랄 수 있지요.

-그 기간에 며느리가 많은 힘이 되었겠어요.

그 때는 정혼한 상태였지만 합류는 하지 않았어요. 칭기즈칸이 가세를 회복하기에도 할 일이 너무 많았지요.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 그러니까 몇 년이 지난 후에 자기 처를 데려 왔어요.

-아들 부부 사이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며느리가 보르테인데 워낙 교육도 잘 받았고 선천적 재질이 있어 흔들림이 없었고 아들과 천생연분이었다 할까요. 한 번 크게 어려움을 겪기는 했어요.

-어떤 어려움이었나요?

저를 예수게이에게 빼앗긴 메르키트 족이 칭기즈칸의 힘이 미약했을 때 침입한 적이 있어요. 그때 며느리 보르테가 잡혀 갔어요. 이 년여가 흐른 후에야 그들을 치고 며느리를 되찾아 올 수 있었어요.

-다시 돌아올 때까지 보르테는 유폐되어 살았나요?

제 남편이 될 뻔 했던 칠레두의 동생 칠게르에게 보내져 그의 아내로 1년여를 살았다고 해요. 돌아올 때 임신 중이었고 그 아이가 칭기즈칸의 첫 아들 주치입니다.

-좀 민망한 얘기지만 어찌 보면 '장군 멍군'이네요. 칭기즈칸에게 다른 부인은 없었나요.

없긴요, 너무 많았어요. 전쟁을 하다보면 정략결혼도 있고 패한 편에서 여인을 바치기도 하잖아요. 아내도 여럿이고 자식도 꽤 많았지요.

-아들 칭기즈칸을 어떻게 평하시나요?

다른 이들이 뭐라 할지 몰라도 제대로 산 것 같지는 않아요. 전쟁만 하다 끝난 인생 같다고 할까요. 불쌍하지요. 그의 부하들과 병사들은 더욱 불쌍하고요. 전쟁을 왜 할까요? 군인 모두가 한 가정의 가장이고 때로는 한 아내의 남편이고 귀한 아들들인데 서로 죽고 죽이잖아요. 의미 없는 일 같아요.

-그래도 명분이 뚜렷하고 더 나은 평화를 위한 전쟁은 필요한 것 아닌가요?

옹기종기 모여 살다 싸움이 있었다 한들 그렇게 많은 살상이 있었을까요? 군인들이 누린 인간적인 삶이 얼마나 될까요? 그렇게 얻은 평화가 얼마나 가든가요? 남자들이 전쟁하는 동안 여인들과 아이들은 편안한가요? 전혀 그렇지가 못하지요. 싸우려면 정치 지도자들 끼리나 싸우라 하세요, 괜히 애매한 국민들 끌어들이지 말고…. 전쟁은 백해무익한 겁니다.

-전쟁에 한이 많은 여인의 말씀, 그래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말씀인 듯합니다. 칭기즈칸의 어머니와 여러 말씀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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