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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숙

충북단재교육연수원 기획지원부장

경북연수원에서 주관하는 독도 탐방 연수에 참가했다. 울릉도 산 중턱에 있는 리조트에서 숙박했는데 날이 좋으면 멀리 독도도 보인다고 했다. 아침 일찍 해돋이도 보고 독도까지 보이려나 기대하며 나갔지만, 지평선 위로 구름이 잔뜩 끼어있어 포기했다. 너른 정원을 가로질러 와 계단을 오르다 아쉬운 마음에 잠시 멈춰서서 되돌아보니 울릉도 앞바다는 혼자 잔잔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해가 벌써 떴지요? 구름이 가려 해가 안보이네요." 인기척도 없었는데 내 옆에서 고운 얼굴에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말을 걸었다. "네, 어제는 예뻤었는데 오늘은 구름 속에 있네요." 가족들과 왔냐고 묻길래 직장에서 연수로 왔다고 하니 대뜸 부럽다고 하시며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그녀는 젊은 시절, 공무원이었다. 은행원인 남편과 결혼을 하고서도 직장을 계속 다녔는데 시부모 봉양도 하지 않고 서울로 직장 다니냐는 시누이들 성화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남매를 낳아 키우고, 예순까지 시부모 병시중하느라 자신의 삶은 없었다며 75세가 되어 삶을 되돌아보니 허무하기 짝이 없단다. 교수 아들, 의사 며느리, 해외 주재원 딸, 남들이 보면 좋은 팔자라고 하는데 자식에 비춘 삶이 아니라 내 삶을 가꾸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 했다. 처음 만난 나에게 며느리와의 속앓이, 못마땅하면서도 손주를 봐주러 오가며 부대끼는 마음까지 봇물 터진 것처럼 쏟아내었다. 아직도 고운 그녀의 얼굴에 패인 주름에 끝없이 깊고 아픈 상처가 숨어 있는 듯 아릿했다.

나는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며칠 전 TV에서 본 남궁 전 사진작가 이야기를 잠시 꺼냈다. 90세 넘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103세인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감탄했던 터라 그녀에게 도움을 될까 싶었다. 난 금방 입을 다물었다. 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조언도 위로도 아니고 온전하게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었다. 나는 잠시 그녀의 모모가 되어주기로 했다.

그녀는 조곤조곤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고 나는 '네, 그랬군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우리랑 생각이 매우 다르지요? 맞아요. 속상하셨겠어요. 힘드셨겠다. 대단하시네요. 등등' 추임새를 넣어가며 한참 동안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침 식사 시간이 되어 말하니 그녀는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코, 죄송해요. 처음 만난 분에게 별 이야기를 다 했네요. 내가 주책이지요?" 하더니 이어서 속삭이듯 "이런 이야기는 가까운 친구에게도 하기가 그래서 답답했는데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하며 종종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그녀는 자신의 한탄 섞인 이야기가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의 해결책도, 어설픈 조언도 필요하지 않았을 터다. 모모에게 와서 이야기를 털어놓은 사람들이 스스로 해답을 찾아 웃으며 자리를 떠났던 것처럼 그녀도 이야기를 털어놓는 동안 자신의 답을 이미 찾았을 거다. 해가 구름 뒤에 숨어 있어도 울릉도 앞바다가 잔잔하게 반짝이듯 보여주지 않은 그녀의 삶도 그러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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