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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고 교장

아이들이 어렸을 때 여느 부모가 그러하듯,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모습을 그려보곤 했다. 발전과 진보에 대한 믿음이 컸던 그때에는 장차 사회적 가치와 문화, 삶, 정치와 경제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영역에서 더 자유롭고 평등하며 평화로워질 것이라 기대하곤 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는 미래의 시기에는 직업을 비롯한 다양한 장면에서 선택지가 보다 많아지고, 일상에 관여하는 대부분 영역에서 갈등보다는 조화와 협력이 현실이 되어 있으리라 전망하곤 했다.

이삼십 년이 흐른 지금도 앞날을 그려보려는 시도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현재가 중요함을 늘 인정하되 장차 현재가 될 시간에 대한 관심과 대비는 본능이거나 혹은 생존전략처럼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지대가 낮은 곳에 위치할 때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주변을 살피기 어렵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시야가 탁 트인 공간을 좋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자리한 곳과 주변의 상황이 어떠한지 살펴보며 조금이라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크다. 능력이나 정보의 한계가 분명할지라도 살피고 전망하는 작업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그리하여 마치 습관처럼 살피며 전망하고 있으되, 이제는 전망하기의 색깔이나 온도가 이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확인하곤 한다. 여전히 기대와 전망의 핵심이자 미덕은 긍정이라 여기고 있지만, 그럼에도 생각은 점점 냉정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가령, 이제 성인이 된 녀석들이 장차 중장년이 되고 노년이 되어 살아갈 시대를 예상하는 일은 고역이 되어가고 있다.

전망하기 자체의 어려움 때문만은 아니다. 부질없는 일이기는 해도, 이삼십 년 전에 전망했던 항목들에 굳이 '정말 잘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때, 만족스럽게 '그렇다'라고 고개를 끄덕일 항목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기대치가 높아서일 수 있겠으나, 사회적 가치 공유라든가 삶의 평화로움, 조화와 협력, 선택지 확장 등 핵심적인 항목 대부분은 여전히 현실이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분명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확장되었고 생산과 소비에 관련된 기술은 정교해지고 있으되,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양극화의 정도는 더불어 심해지고 있다. 평화로움이 일상이 되었다기보다는 사회적, 세계적으로도 불안감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더 많이 들린다. 비극적인 전쟁 또한 여전히 이곳저곳에서 끊이지 않는다.

거기에 더하여 거대한 난관들이 해일처럼 몰려오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삶의 지속가능성을 의심하게 하고 위협하는 대표적인 것은 기후 위기다. 모두가 공유하고 지켜야 하는 보편적 가치들도 각자의 이익 앞에서 손쉽게 무력화된다. 지금 살아가는 자본주의적 질서가 얼마나 유지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인간의 이성에 대한 믿음도 예전보다 줄어들고 있다.

전망하려고 끊임없이 시도하되, 정도야 어떻든 지금보다는 나아지지 않겠는가라는 긍정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함을 인정하되, 실제 전망하고 기대하는 앞날의 하늘색은 맑고 파란색에서 구름이 드리워가는 무채색과 회색의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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