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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5.09.02 14:28:52
  • 최종수정2025.09.02 14:28:51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우리나라에서 비엔날레가 시작된 것은 1995년 광주비엔날레부터다. 처음 광주에서 생소한 비엔날레가 개최되었을 때, 난해한 현대미술보다 대중이 좋아할 부대행사 등에 포커스를 맞춰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쳤다.

큰 볼거리를 기대하고 전국에서 남녀노소가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광주 비엔날레를 찾는 바람에 행사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첫 행사임에도 163만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을 정도의 성황이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이해가 쉽지 않은 현대미술 작품에 실망한 관람객들 사이에서 갖가지 촌극이 벌어지곤 했다.

가장 황당해했던 사람들은 제대로 된 놀이판을 기대하며 마음먹고 비엔날레를 찾은 어르신들이었다. 몰려드는 인파를 수용할 변변한 휴게실조차 없던 터라 아픈 다리를 쉬기 위해 광장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가, 마침 깨진 유리병조각 따위를 설치한 전시장를 둘러보고 어리둥절해진 남도 시골마을 노인들의 볼멘 대화를 엿 듣게 됐다.

"언 넘이 여기 오자고 했던겨? 이장 자넨가?" "아닌디유. 텔레비전에서 하두 좋은 구경났다구 난리를 떠는 통에 온 거 잖어유" 초록색 바탕에 노란색 로고가 선명한 새마을 모자를 눌러 쓴 이장님의 머리가 자라처럼 점퍼 깃 속으로 움츠려 들었던 것 같다.

2년마다 열리는 국제미술전시 행사를 비엔날레(Biennale)라고 부른다. '2년마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다. 3년마다 열리는 국제미술전은 트리엔날레(Triennale), 4년마다 열리는 국제미술전은 콰드리엔날레(Quadriennale)다. 2년마다 열리는 비엔날레를 매년 빠지지 않고 관람했다고 자랑했다면 민망한 실수를 한 셈이다.

세계 3대 비엔날레로 이탈리아의 베니스 비엔날레와 미국의 휘트니 비엔날레 그리고 브라질의 상파울루 비엔날레를 꼽는다. 이들 중 1895년 창립된 베니스 비엔날레가 가장 오랜 역사와 권위를 지닌 비엔날레로 유명하다. 우리나라는 1995년 제45회 전시부터 베니스 비엔날레에 독립된 국가관을 개관하여 참가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1995년에 시작된 광주 비엔날레를 시작으로 무려 20여 개의 비엔날레 타이틀이 붙은 행사가 지자체별로 개최되고 있다.

현대미술의 종합장르를 소개하는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를 비롯해 특정 장르를 중심으로 한 서울미디어아트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경기 세계도자비엔날레, 공주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세계 서예전북비엔날레, 서울 공간 국제판화비엔날레, 청주공예비엔날레,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 국제 타이포그래피비엔날레, 광주 디자인비엔날레, 평창비엔날레 등이 줄줄이 열린다. 가히 비엔날레 춘추전국시대다.

예술행사가 다채롭고 다양하게 열리는 것이 시빗거리가 될 수 없겠지만, 이렇게 많은 비엔날레들이 고유의 특성을 가지고 대중에게 인정받는 제대로 된 형식과 내용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것은 고민해야할 과제다. 지자체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비엔날레가 지자체홍보를 넘어 국제적 전람회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제적 관람객의 관심을 받는 알찬 전시가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공예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국제종합예술행사인 2025청주공예비엔날레가 오는 9월 4일부터 11월 2일까지 '세상 짓기'를 주제로 청주문화제조창과 청주시 일원에서 60일간 열린다. 공예를 통해 인간과 자연, 그리고 지구의 미래를 새롭게 빚어가자는 메시지를 담은 이번 비엔날레는 역대 최장 기간, 최대 규모, 최다 국가가 참여하는 역대급 축제다. 개막을 기다리는 설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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